美 “日·中도 장벽 해소” 압박에
韓 “이미 시장 99.7% 개방” 방어
美 사과 검역 절차 개선엔 합의
관세 협상 초기부터 미국이 강하게 요구한 농축산물 시장 개방 문제는 결국 현재 상태에서 우리가 추가 양보 없이 협상을 타결하는 데 성공했다. 쌀·소고기 시장 개방 문제는 어떤 선택을 하든 국내외 반발이 큰 분야로 여겨졌는데 우리가 별다른 손해 없이 국내 농업계를 잘 지켰단 평이 나온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31일 미국 워싱턴 현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협상을 타결한 뒤 온라인으로 협상 막후를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나라와 타결 소식을 전하며 ‘한국이 농산물 시장을 완전 개방한다’고 주장했지만, 여 본부장은 추가 개방을 안 하는 것이 맞다고 확인했다. 여 본부장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상 한국 농축산물 시장의 99.7%가 이미 개방된 상태고, 한국이 미국산 소고기 수입 1위 국가라는 점, 인당 미국산 농산물 수입량이 전 세계 3위인 점 등을 설명했고 새 정부 들어 농산물 시장 개방이 정치적으로 민감하다는 점도 집요하게 설득했다”고 말했다.
통상당국은 농축산물 시장을 반드시 지켜야 할 ‘레드라인’으로 설정했지만 미국은 그럼에도 지속적으로 개방을 요구했다. 우리와 비슷하게 농산물 시장이 민감한 일본도 미국산 쌀 수입 비중을 늘리는 조건이 협상안에 포함됐다. 실제로 미국은 대만, 일본, 중국 등이 모두 농산물 수입 장벽을 해소했다는 논리로 정부 협상단을 압박했다고 한다.

여 본부장은 “어떤 협상 단계부터 2008년 미국산 소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촛불시위 사진, 광화문 일대에 인파가 모인 장면을 보여주며 길 가면서까지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에게 사진도 보여주고 감정에 호소하면서까지 설득하려 노력했다”며 “지난 14일 ‘농축산물 시장 개방을 전략적으로 볼 측면이 있다’고 발언한 뒤 국내 농축산업계 반발이 심했는데 그런 부분을 미국도 다 알았다고 보이고, 다방면으로 설득한 효과로 우리가 방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쌀·소고기 시장 개방 요구에 더불어 미국이 꾸준히 해소를 요구한 ‘비관세 장벽’이 과일 검역 문제다. 양국은 앞으로 농산물 검역 절차를 개선하기로는 뜻을 보았다. USTR이 매해 발표하는 국가별 무역장벽보고서(NTE 보고서)에는 미국에서 생산한 과일과 농작물 수입 문제를 언급했다. 우리나라는 수입 위험분석을 8단계로 두고 있는데 미국이 약 30년 전 요청한 사과 검역은 이 중 계속 2단계에 머물러 있다.
한국사과연합회는 이날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미국산 수입을 절대 허용할 수 없다”며 사과 수입 불가 원칙을 확고히 해달라고 촉구했다. 추가 개방이 없는 축산농가와 쌀 농민단체는 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아 안심하기 이르다면서도 식량주권을 지켰다며 환영하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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