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美 협력 강화로 수혜 기대
“K조선 초호황기 더 길어질 것”
반도체·바이오도 ‘최혜국 관세율’
철강은 쿼터제 도입 무산 실망감
한국과 미국의 관세 협상 타결 결과를 두고 산업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협상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됐던 조선 업계는 펀드 조성 등으로 수혜가 예상되는 반면, ‘50% 관세’ 경감을 기대했던 철강 업계는 한숨만 쉬게 됐다.
31일 대통령실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발표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3500억달러(486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 여기에 1500억달러 수준의 한·미 조선 협력 펀드가 포함된다. 조선 협력은 협상 과정에서부터 관세율을 낮출 중요한 요인(게임체인저)으로 많은 관심을 모았다. 조선업 재건을 간절히 원하고 있지만 관련 생태계가 무너지다시피한 미국으로선 한국의 협력이 절실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측 제안은 협상에 제대로 먹혀들었고, 관세율 하락이라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펀드 규모가 1500억달러(200여조원)로 커졌지만 크게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미국과 강화된 협력 결과 대규모 수주 등 이득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펀드는 한국 정부가 제공하는 보증과 대출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선 업계는 미국 조선소 인수와 협력, 인프라 구축 등 미국이 필요로 하는 산업 생태계와 기술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협력은 이미 조선 업계에서 진행 중이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12월 미국 필라델피아 소재 필리조선소를 인수했으며, 한화오션에서 파견된 전문 강사 50명이 미국 인력을 교육하고 있다.
조선 업계 관계자는 “미국 조선소의 인수나 지분 투자 등으로 미국 내 K조선업의 영향력을 키울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펀드 자금 형성이 부담은 되지만, 중장기적 관점으로는 이번 협상이 K조선의 슈퍼사이클(초호황기)을 더욱 길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당초 예정됐던 관세율(50%)의 하락을 기대했던 철강 업계는 실망감이 역력하다. 일부 물량에 대해 관세를 면제해 주는 ‘쿼터제’ 도입이나 품목 예외 등 관세 부담을 줄일 방안도 언급되지 않았다. 반도체와 바이오 업계에서도 관세 여파가 예상보다 강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대미 투자 펀드의 나머지 2000억달러가 반도체, 의약품, 배터리, 원자력 등을 위해 조성되기 때문이다. 관세율도 최혜국대우를 받을 예정인데, EU가 관세율 15%를 받는 것을 감안하면 비슷한 수준으로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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