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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가’ 전략 주효… 李 “협상 악영향 줄까봐 말 안 해” [韓·美 관세 협상 타결]

입력 : 2025-07-31 17:43:44 수정 : 2025-07-31 22:39:02
워싱턴=홍주형 특파원, 박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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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 막전막후

김정관·여한구, 협상 위해 방미
러트닉 동선 쫓으며 흐름 이어가
조선협력 ‘마스가’ 협상 필살기 돼

트럼프 “각료급 협상” 韓 중시 생색

탄핵 사태와 대통령 선거로 다른 나라들보다 협상 스타트가 늦었던 한국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설득하는 데 가장 크게 주효했던 것은 한·미 조선협력, 즉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프로젝트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 협상단은 조선협력을 ‘필살기’ 삼아 지난 일주일여 시간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 등 미국 측 협상 핵심 인물들의 해외 출장지까지 바짝 따라붙었다.

브리핑하는 구윤철 부총리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주미 한국대사관에서 한국 특파원들을 대상으로 열린 ‘한·미 통상협의 결과브리핑’에서 발표문을 읽고 있다.기획재정부 제공

◆‘필살기’ 된 마스가

 

무역협상의 한국 측 수석대표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30일(현지시간) 협상 타결 뒤 워싱턴 주미 한국대사관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오늘 합의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은 1500억달러(약 209조원) 규모의 한·미 조선협력 패키지, 즉 마스가 프로젝트”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한국 협상단과의 만남을 공지하며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한국은 (돈을 내고) 관세를 낮추기 위한(buy down those Tariffs) 제안을 갖고 있다”며 “그 제안이 무엇인지 듣는 데 관심이 있다”고 밝혔는데 이 ‘제안’의 핵심이 조선협력 투자였던 것으로 풀이된다.

 

탄핵 사태와 이후 정치 혼란으로 다른 나라보다 협상 진행이 늦었던 한국의 대미 협상이 본격적으로 진척되기 시작했던 것은 지난 22일 일본과의 협상이 타결된 뒤였다고 여 본부장은 전했다. 러트닉 장관에게서 연락이 오면서 2+2 협상이 잡혔지만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의 일정으로 취소되면서 구 부총리는 미국 방문을 미뤘다.

 

대신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이 마스가 프로젝트를 비롯해 양국 합의의 이점을 설명하는 내용이 담긴 가로·세로 1m 크기 자체 제작 패널을 들고 러트닉 장관을 24, 25일 이틀 연속 만났다. 25일 러트닉 장관의 뉴욕 자택에서 밤늦게까지 이어진 면담에서 러트닉 장관이 마스가 프로젝트에 관심을 보였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영국 스코틀랜드 방문 일정을 수행하게 되면서 흐름이 끊길 위기에 처했다. 김 장관, 여 본부장이 다음 날 스코틀랜드행 비행기를 탄 이유다. 김 장관과 여 본부장, 러트닉 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스코틀랜드에서도 두 차례 협상을 했다. 김 장관은 예정에 없던 스코틀랜드에서의 만남을 협상의 전기로 평가했다.

◆농축산물 개방 막은 광우병 시위 사진

 

여 본부장은 미국이 요구한 농축산물 시장 개방과 온라인플랫폼 규제 완화 등 요구를 방어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전했다. 미국의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소고기 수입 요구에 대해 협상단은 미리 준비해간 2008년 ‘광우병 시위’ 사진을 제시하며 농축산물 시장 개방이 한국에 민감한 소재라는 점을 설득했다. 다만 USTR의 농축산물 시장 개방, 플랫폼 규제 등 ‘비관세 장벽’ 해소 요구가 만만치 않았으며, 양측은 이를 향후의 과제로 남겨뒀다.

 

협상 타결 당일에도 협상단은 합의에 이를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했다. 오후 4시쯤 트럼프 대통령이 트루스소셜에 한국 협상단을 만난다는 사실을 알리고 나서야 “이제 현실이 되는구나”라며 한숨 돌릴 수 있었다고 구 부총리는 전했다. 협상단은 트럼프 대통령의 직선적인 대화 스타일을 흉내 내 예행연습도 했다. 러트닉 장관은 협상단에 “그 자리(트럼프 대통령과의 면담)에서는 복잡하게 설명하면 안 된다. 가급적이면 이해하기 쉽고 단순하게 이야기해야 한다”는 등의 조언을 해줬다.

이재명 대통령. 연합뉴스

◆트럼프, 한국 중시 생색… 이 대통령, “물밑에서 생난리”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협상단과 40분가량 만났다. 대화는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했다. 그는 “나는 보통 대통령이나 국무총리가 아니면 직접 협상하지는 않는데, 한국의 경우 각료급과 직접 협상했다”며 그만큼 한국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취지로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일본, 유럽연합(EU)과의 협상 때와 달리 즉석에서 펜으로 합의문을 고치지는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 앞에서 투자 규모가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 과정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협상에 대해 직접적 언급을 삼가 온 이재명 대통령은 합의 후 그 이유를 밝혔다. 이 대통령은 31일 정부서울청사 별관 대강당에서 열린 고위공직자 워크숍 특별강의에서 “제가 가만히 있으니까 진짜 ‘가마니’인 줄 알고 말이야. 말을 하면 악영향을 주니까 말을 안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말 안 하는 와중에 오리가 물살에 떠내려가지 않기 위해서 우아한 자태로 있지만 물밑에선 얼마나 생난리이냐”며 “가까이 있는 참모분들은 알죠, 우리가 얼마나 노심초사하면서 정말 어떤 행동을 하고 있는지”라고 말했다. 이번 협상과정에서 수시로 한국과 미국의 당국자들 간에 화상회의가 있었던 것으로 전한다. 워싱턴 현지시간으로 전날 새벽에도 회의가 진행됐다.


워싱턴=홍주형 특파원, 박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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