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EU ‘철강·알루미늄 50%’ 동일
미국산 에너지 수입은 日 가장 불리
한국 협상단이 3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 상호관세를 15%로 하향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무역협상에 합의하며 한국은 영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 일본, 유럽연합(EU)에 이어 7번째로 미국과 관세협상을 완료한 국가가 됐다. 각 국가마다 경제 규모, 대미 무역 상황 등이 제각각이라 각국 협상 결과를 일률적으로 비교할 수는 없다. 다만 일본, EU와 한국의 협상 내용을 비교할 만하다. 미국과의 무역에서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대표 국가인 데다 자동차, 철강 등 수출품도 겹치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협상 결과의 기본 골자는 상당히 유사하다. 미국은 지난달 22일 일본과 타결한 무역협상에서 관세율을 기존 25%에서 15%로 하향했고, 자동차 품목 관세도 15%로 설정한 바 있다. 이는 27일 타결된 EU와 무역협상에도 유사하게 적용돼 관세율이 30%에서 15%로 하향되고, 자동차에 대한 품목 관세도 15%로 설정됐다. 최종 합의된 결과로만 보면 한국과 동일한 수준이다. 다만, 자동차 품목 관세의 경우 한국은 기존에 한·미 FTA에 의해 무관세 혜택을 받고 있었고, 일본·EU는 2.5% 관세가 적용됐던 터라 결과적으로 한국 자동차 산업의 가격 경쟁력은 타격을 받게 됐다. 철강·알루미늄에 부과됐던 50%의 품목 관세는 세 나라 모두가 동일하게 유지됐다.
차이는 미국 상품 구매, 대미 투자, 자국 시장 개방 등 세부적 내용에서 발생한다. 미국과 무역협상에서 일본은 5500억달러(약 764조원)의 대미 투자를, EU는 6000억달러(834조원)를 약속했지만 한국은 3500억달러(487조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이는 일본에 비해서도 절반 수준인 경제규모를 감안해 정해진 액수로 보인다. 다만, 한국의 투자금액 중 1500억달러는 조선 협력 전용 펀드로 한국 기업의 미국 조선업 진출을 뒷받침할 자원이 될 수 있어 투자 관련 조항에서는 한국이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신 한국은 액화천연가스(LNG) 등 미국산 에너지를 1000억달러(139조원) 구매하기로 했다. EU의 경우 미국산 에너지와 함께 미국산 군사장비까지 총 7500억달러(1042조원)의 구매를 약속했다. 최근 서유럽 지역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방위비 증액이 미 경제의 직접적 이익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무역합의에 해당 항목을 넣은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일본은 미국산 에너지나 군사장비를 구매하는 대신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 중인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로 했다.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는 여타 LNG 프로젝트 대비 2~3배 높은 개발비용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돼 비미국계 기업들이 참여에 부담을 느껴온 만큼 일본이 가장 불리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는 평가다.
대미 상품에 대한 자국 시장 개방은 일본의 경우 자동차와 트럭, 쌀 등 농산물을 일부 개방하기로 했다. 특히, 일본은 매년 무관세로 해외에서 수입하는 76만7000t의 ‘글로벌 쿼터’ 물량을 미국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미국이 요구하는 농산물 개방을 비교적 유연하게 넘어갔다. 한국도 일본과 마찬가지로 자동차와 트럭 시장을 개방하기로 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협상 타결 직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트루스소셜에 “한국이 농산물 시장을 완전 개방하기로 했다”고 적은 것과 달리 정부는 민감품목인 쌀과 소고기의 경우 “추가 시장 개방은 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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