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기존 동맹 구조 상호 협력 성격 확대
韓 역할·주한미군 유연성 논의 가능성
北·美 대화 위한 제반 사항도 조율할 듯
韓·美 외교장관, 신흥 기술 협력 등 논의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한·미 정상회담이 공식화하면서 대통령실은 곧장 일정 조율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관세 협상에서 한국의 대규모 대미 투자 등 경제 의제가 중심이 된 만큼 앞으로 개최되는 정상회담과 외교장관회담 등에서는 ‘동맹의 현대화’ 등 한·미 동맹 현안이 본격적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타결된 관세 협상의 세부 내용을 확정하는 등 후속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이와 함께 방위비 분담금 증액 문제와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화, 미국산 무기 구매 문제를 포함해 이번 협상안에 담기지 않은 국방 분야에 대한 논의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은 이날 타결된 통상 협상의 구체적인 내용을 결정하는 과정 등에서 한·미 간 이견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이를 대비한 준비에 집중할 방침이다.

외교부에 따르면 한·미 양국은 최근 현재 국제 정세와 복합 위기에 당면해 동맹관계를 현대화하고 한 단계 발전시킬 필요성을 인식했다. 이재웅 외교부 대변인은 “국방당국과 외교당국은 당국자 간 동맹 현대화 논의를 긴밀히 진행해왔고, 이번 외교장관회담 계기에도 관련 논의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곧 개최될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동맹 현대화가 최우선 의제로 다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미국은 한국을 지원하는 데 초점을 맞춘 기존 동맹 구조를 상호 협력 성격으로 확대, 대만해협 등 인도태평양 역내에서 발생할 분쟁에 대응하려는 기조가 뚜렷해지고 있다. 한반도 안보에 대한 한국의 역할 확대와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 등이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

북핵 위협에 맞서는 확장억제 강화 등도 언급될 수 있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이날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부 장관과 취임 후 첫 통화를 하고 북한 위협에 대응할 확장억제 협력과 조선MRO(유지·보수·정비), 첨단과학기술 등의 분야에서 동맹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관세 협상이 동맹 현안을 다루지 않고 타결돼 한국 입장에서 동맹 현대화 논의에 부담이 줄어들 수 있다는 시각도 있지만, 애초 안보 의제는 별개로 논의돼 미국의 압박 수위가 줄어들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미 해 오던 동맹 현안 논의를 계속한다는 차원에 가까우며, 압박이 줄거나 더해지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 핵·미사일 대응과 북·미 대화 재개 문제도 주요 의제로 꼽힌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최근 담화를 통해 미국과 핵 군축 협상에 나설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고, 미국은 비핵화 원칙을 재강조하면서도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대화에 열려 있다”고 밝힌 상황이다.
대통령실은 “북·미 회담 재개를 촉진하는 여건”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인 만큼, 한·미 정상은 북·미 대화를 위한 제반 사항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으로 북한이 문제 삼은 비핵화 원칙에 대한 양국 입장을 조율하고, 대화 분위기 조성을 위한 한·미 연합훈련 조정 문제도 테이블에 오를 여지가 있다. 북·미 대화 과정에서 ‘한국 패싱’을 막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이 대통령의 숙제다.

한편, 조현 외교부 장관은 31일(현지시간) 열린 한·미 외교장관회담에서 첨단 신흥 기술 협력을 중심으로 한 동맹 발전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장관은 전날 미국으로 출발하기 전 기자들과 만나 안보, 경제에 이은 기술을 향후 한·미 양국이 만들어야 할 ‘세 번째 협력 기둥’으로 설명하며 “밀리터리(국방) 수요가 있는 기술부터 인공지능(AI), 바이오 등까지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술 공급망 구성에서 미국은 동맹 및 우방과의 협력이 필요하고, 한국은 신흥기술 후발주자로서 미국과 공동 연구 및 협력이 절실해 서로 신흥기술 관련 협력 수요에 대한 이해가 일치한다는 분석이다. 조 장관은 이번 미국 방문 중 백악관 내 과학기술협력을 총괄하는 과학기술정책실(OSTP) 사무총장을 만나는 일정을 포함한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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