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간 구축해 왔던 한·미 FTA 급변
경쟁국 대비 불이익 없어 그나마 위안”
국내외 통상 및 경제 전문가들은 31일 ‘대미투자 3500억달러(약 487조원), 상호관세 15%’를 핵심으로 하는 한·미 관세협상 타결을 놓고 ‘최악은 피했다’라는 평을 내놓았다. 대미 수출 경쟁상대인 일본이나 유럽연합(EU) 대비 동일한 관세율(15%)을 적용받음으로써 최소한의 경쟁력 확보는 이룰 수 있었다는 것이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당시 사실상 0%에서 약 2% 수준이던 관세가 15%까지 급등한 상황”이라며 “기존 수출 기업들에는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경쟁국인 중국은 아직까진 30% 관세를 적용받고 있고, 일본과 EU도 우리와 동일한 15% 수준”이라며 “경쟁국 대비 불이익은 없어 그나마 위안이 되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대미 투자 확대에 따른 국내 산업 기반 약화를 우려했다. 강 교수는 “현재 국내 여건이 결코 낙관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과의 핵심 협력 분야인 조선업과 자동차 산업에서 고용 창출 역량이 줄어들고, 핵심 산업의 해외 이전이 가속화될 수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한국이 투자를 약속한 3500억달러가 일본(5500억달러)보다 많은 것으로 평가하며 이는 미국이 자국에 대한 무역적자 규모로 투자액을 결정해야 한다는 미국 측 주장이 좀 더 받아들여진 결과 같다고 해석했다. 문재인정부 때 국립외교원장을 지냈던 조국혁신당 김준형 의원은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어느 쪽으로 해석해도 불리한 게 GDP(국내총생산)는 일본이 우리의 2.5(배)”라며 “(일본이 5500억달러를 투자하니) 그렇게 되면 우리는 2200억달러가 맞다. 그러니까 우리가 1300억달러를 더 준 셈”이라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억울한 게 바이든 정부 당시 미국에 투자했던 부품, 설비를 옮겨가는 것도 관세, 무역적자로 잡았었다”며 “이런 것들이 안 통하고 (투자 규모가) 올라간 걸 보면 우리가 (농산물 등) 다른 것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합의)했다는 추측이 든다”고 분석했다.
워싱턴 조야에서는 일단 한국이 일본, EU와 같은 수준의 관세율로 무역 협상을 타결하게 된 것에 긍정적 평가가 나온다. 트로이 스탠가론 전 한미경제연구소(KEI) 선임국장은 30일(현지시간) 한·미 무역 합의 타결이 알려진 뒤 세계일보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으로 수입되는 상품에 대해 일정 수준의 관세를 유지하려 한다는 점은 이미 명확했다”며 “한국이 EU 및 일본과 동등한 관세 수준을 유지하게 된 것은 기대할 수 있는 최상의 결과”라고 평가했다. 스탠가론 전 국장은 3500억달러의 대미 투자와 관련, “투자 기금의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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