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참으로 극단적이다.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를 가리려는 사람들처럼 대한민국 체육계가 두쪽이 났다. 학생 선수의 학습권을 둘러싼 갈등이다.
학업을 강조하는 쪽은 체육시민연대 등 사회단체이고, 운동에 강조를 두는 쪽은 대한체육회와 대한민국 운동선수 학부모연대다. 최근 들어 해결책을 찾아가기보다 마주 달리는 기차처럼 갈등이 싸움으로 번지는 듯한 느낌이 들기에 걱정이 앞선다.
체육회(회장 유승민)는 지난 25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회관 회의실에서 대한민국 운동선수 학부모연대(회장 김창우)와 간담회를 가졌다. 간담회에는 운동선수 학부모들이 참석해 학생선수의 훈련환경, 맞춤형 교육과정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한 현장의 의견을 전달했다. 주된 의제는 운동선수의 최저학력제에 대한 것이었다. 최저학력제는 학생 선수가 운동을 계속하려면 일정 수준 이상의 학업 성취를 유지해야 한다는 제도다.
그날 경기대학교 산학협력단이 조사한 ‘학생선수 지원방안 설문조사’( 총 4192명 응답) 결과도 함께 발표됐다. 최저학력제와 관련해 대다수(초등학생 61.5%, 중학생 81.7%, 고등학생 84.5%)가 개선 필요성을 언급했다. 학부모(76.1%)와 지도자(81.3%)도 마찬가지였다. 출석 인정 결석 허용일수에 대해 개선이 필요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고, 합숙 훈련 관련 규제에 대해서도 ‘폐지 또는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 다수였다.
대한민국 스포츠는 1970년대 이후 최근까지 학교운동부가 주도해 왔다. 차범근, 선동열, 박찬호, 박세리 등 학교운동부에서 육성된 스타들이 세계적인 스타로 성장했다. 그러나 2010년을 기점으로 학교운동부는 쇠락을 계속하고 있다. 2012년 5281개에 달하던 운동부 운영 학교가 지난해 3898개로 줄어들면서 학생선수는 7만1518명에서 4만4723명으로 37.5% 감소했다. 이는 인구 감소에 의한 학령인구 감소율인 25.5%보다 훨씬 큰 것이다.
유승민 회장은 “지금처럼 제도와 인식이 지속된다면 5~10년 내 프로 종목이 무너질 수 있다”며 학생선수의 훈련권 보장을 위한 제도적 전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문제는 칼자루를 교육부가 쥐고 있다는 것이다. 스포츠 현장의 지휘 감독은 문체부가 하는데 학교체육에 대해서는 교육부가 정책을 좌지우지한다. 힘 있는 두 정부 부처와의 협업 없이 대한체육회가 아무리 떠들어 봐야 문제 해결은 되지 않는다. 88올림픽 이후 교육부와 문체부가 영역을 나눠 가질 때부터 생긴 문제다.
학생선수들에게는 학업도, 운동도 중요하다. 진짜 선진국처럼 체육시설이 풍족하다면 수업시간에 운동하러 가는 학생선수는 없을 것이다.
성백유 대한장애인수영연맹 회장·전 언론중재위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