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가마니’인줄 알아…악영향 줄까 말 안 한 것”
“어려운 환경, 노심초사…국력 키워야겠단 생각 들어”
이재명 대통령은 31일 미국과의 관세 협상 타결과 관련해 “오리가 물살에 떠내려가지 않기 위해서 우아한 자태로 있지만 물밑에선 얼마나 생난리냐”며 협상 과정에서 느꼈던 부담감을 털어놨다.

이 대통령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장차관 워크숍에서 ‘국민주권 정부 국정운영 방향과 고위공직자의 자세’를 주제로 강연을 하며 “내 판단과 결정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어떤 영향을 받게 될까 두려운 생각을 가지고 있다”며 “노심초사하고 정말 어려운 환경이었다. 이 나라의 국력을 키워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협상 결과에 대해 “어려움 속에서도 만족할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상당한 성과를 이루어낸 여러분들의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협상했던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우리 협상단을 향해서는 “오늘 새벽까지 한미 무역 협정 타결을 위해서 애쓰신 우리 장관님들 총리님 할 것 없이 우리 일선 부서에 여러분들도 고생 많이 하셨다”고 치하했다.
그간 협상 과정에서 “이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지 않는다”는 야당 일각의 지적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제가 (부담감에) 이빨이 흔들려 가지고 사실 제가 말을 안 해서 그렇지, 가만히 있으니까 진짜 ‘가마니’인줄 알고 말이야”라고 농담을 한 뒤 “말을 하면 악영향을 주니까 말을 안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말 안하는 와중에 오리가 물살에 떠내려가지 않기 위해서 우아한 자태로 있지만 물밑에선 얼마나 생난리냐”며 “가까이 있는 참모분들은 안다. 우리가 얼마나 노심초사하면서 정말 어떤 행동을 하고 있는지”라고 전했다.
이 대통령은 “(관세 협상은) 좁게 보면 기업들의 해외 시장에 관한 얘기기도 하지만 사실은 대한민국 국민들 부담일 수도 있고 그 결정 하나하나가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고 협상 과정에서 느꼈던 부담감을 털어놨다.

앞서 이날 오전 한국과 미국 간 상호 관세 협상이 유예 시한을 하루 앞두고 극적으로 타결됐다. 미국은 8월1일부터 한국에 25% 상호관세를 부과할 방침이었는데, 이를 15%로 인하하고 한국으로부터 수백조원 규모의 투자를 약속받았다. 15%는 미국이 일본과 유럽연합(EU)과 합의한 것과 같은 수준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이번 합의에 따라 한국은 미국이 소유하고 통제하며, 제가 대통령으로 직접 선택한 투자처에 3500억달러를 투자할 것”이라며 “한국은 1000억달러 규모의 액화천연가스(LNG) 또는 기타 에너지 제품을 구매하고, 한국이 추가로 투자 목적으로 대규모 자금을 투자하기로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또 “한국은 미국과의 교역에 완전히 개방하기로 하고 자동차와 트럭, 농산물 등 미국산 제품을 받아들이겠다고 합의했다”면서 “우리는 한국에 대한 15% 관세에 합의했고, 미국은 관세를 부과받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리 협상단을 만난 트럼프 대통령은 조선업을 향한 빠른 투자를 당부하고 이 대통령과 조속히 만나고 싶다는 의사를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