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과 10cm 거리 두고, 먼지·습기 제거해야
부주의로 인한 화재, 담배꽁초가 주요 원인
연일 계속되는 폭염으로 에어컨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실외기 화재가 잇따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화재를 예방하려면 실외기 전선을 주기적으로 점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앞서 29일 경기 화성시 한 아파트 베란다에 설치된 에어컨 실외기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출동한 소방 당국은 약 20여 만에 불을 진화했고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6일 전인 24일에도 경기 용인시의 한 29층짜리 아파트 10층 실외기에서 불이 났다. 화재는 20분 만에 진압됐고 주민 38명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에어컨 관련 화재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31일 국가화재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에어컨 화재는 2020년 221건에서 지난해 387건으로 약 1.8배 늘어났다. 올해엔 1월부터 7월30일까지 총 163건의 에어컨 화재가 발생했다.
무더위의 영향으로 화재가 늘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직사광선이나 기온 상승이 직접 원인이 된 실외기 화재는 거의 없다.
소방청에 따르면 2023년 에어컨 화재는 293건으로 이 중 전기적 요인에 의한 화재가 234건으로 80%를 차지한다. 이외 기계적 요인에 의한 화재가 22건, 부주의 18건, 미상 16, 기타 3건으로 집계됐다.

전기적 요인으론 접속 단자 등의 전기적 접촉상태 불량에 의한 단락, 전선 노후화로 발생하는 단락, 전선의 과도한 압착이나 손상에 의한 단락 등이 꼽힌다. 또 부속품에 먼지와 습기 등 전기가 잘 흐를 수 있는 이물질이 축적되며 단락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기계적 요인으론 과열이 꼽히는데, 날씨보단 실외기가 벽체에 너무 가까이 설치돼 열 배출이 잘 안 되는 현상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부주의로 인한 화재는 담배꽁초가 주요 원인으로 확인된다.
소방 당국은 에어컨 실외기 화재를 예방하려면 통풍이 잘되는 곳에 벽과 10㎝ 이상 거리를 두고 설치하고, 단일전선을 사용하고 훼손된 부분은 없는지 주기적으로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전선이 낡거나 벗겨졌다면 전문가를 불러 교체해야 한다.
또 실외기는 먼지와 습기에 취약하기 때문에 쌓인 먼지들을 자주 정리하고, 근처에 발화 위험이 큰 물건을 두지 말아야 한다. 들리지 않던 소음이 들린다면, 먼지가 많이 쌓였거나 실외기의 팬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황일 수 있어 점검이 필요하다.

이용재 경민대 교수(소방안전관리과)는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에어컨 실외기가 직사광선에 직접 노출되면, 피복이 손상돼 전선에 스파크가 튈 수가 있는데 이게 에어컨 실외기 화재 발생의 주요 원인”이라며 “가림막 등을 설치해 실외기 온도를 낮추는 것은 그다음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실외기는 보통 건물 외부에 설치된 탓에 사용자들이 신경을 덜 쓰게 된다”면서 “가장 손쉽게 화재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실외기 주변을 정리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아파트 같은 공동주택에 설치된 실외기에서 불이 날 경우 외벽을 타고 빠르게 확산할 수 있다”며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화재인 만큼 예방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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