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57명 꾀어 휴대폰 1486대 개통
보이스피싱 등 악용… 77억 피해
명의자 중 77%는 20∼30대 청년
단순 거래로 여겨… 예방책 시급
급전이 필요한 저신용자를 노린 이른바 ‘휴대전화깡’으로 금전을 챙긴 일당이 경찰에 무더기로 검거됐다. 범행에 노출된 명의자 중에는 20∼30대 청년층이 80%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나 청년세대가 불법사금융에 노출된 실태도 드러났다. 휴대전화깡을 단순 거래로 여긴 이들이 신용불량자로 전락하거나 추가 범행에 연루될 위험에 노출됐지만 정부 차원의 예방책은 부족한 실정이다.
서울경찰청 형사기동대는 30일 휴대전화깡 범죄 조직원 184명을 검거하고, 이 중 총책 A씨 등 3명을 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범행 대상이 된 명의자는 1057명이며, 이들 명의로 개통된 휴대전화는 총 1486대에 달했다. 특히 경찰 조사 결과 명의자 중 20∼30대가 813명으로 76.9%를 차지한 것으로 파악됐다.

휴대전화깡이라 불리는 ‘내구제대출’은 대출이 필요한 사람이 휴대전화를 개통 후 사용하지 않은 채 브로커에게 넘겨 현금을 받는 불법사금융이다. 급전이 필요하지만 제도권 금융에서 밀려난 저신용자를 주요 타깃으로 한다.
이번에 검거된 범죄조직은 경북 구미와 대전 일대에 대부업체 53개를 운영하며 인터넷 대출광고를 게재했다. 소액 대출 희망자들이 연락하면 “일반 대출이 부결됐다, 휴대폰을 개통하면 이를 매입해 자금을 융통해 줄 수 있다”고 유도했다.
범죄조직은 이를 수락한 대출희망자로부터 개인정보를 취득한 뒤 각 통신사 대리점을 통해 고가의 최신 휴대전화를 2∼3년 약정으로 개통하게 했다.
대당 160만∼210만원 상당의 휴대전화를 개통하면 기종에 따라 60만~80만원을 지급하는 방식이었다. 이렇게 개통된 대포폰은 장물업자를 통해 국내외로 유통됐고, 일부는 보이스피싱이나 투자리딩사기 등 다른 범죄에 악용됐다. 이로 인해 확인된 피해액만 약 77억원에 달한다.
이번 사건에서 휴대전화를 개통한 1000여명의 명의자는 피의자가 아닌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받았다.

원칙적으로는 돈을 받고 본인 명의의 휴대전화를 다른 사람에게 양도하는 행위는 전기통신사업법상 처벌 대상이지만, 동시에 범행의 피해자란 점을 고려한 조치다.
이들은 실제 개통한 휴대전화 기기값과 통신 요금, 위약금, 소액결제 등의 비용을 부담하게 되면서 당초 받은 현금보다 수십배의 금전적 피해를 입게 된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 차원에서는 휴대전화깡에 대한 대출 실태조사나 통계가 없는 실정이다. 유일한 통계는 금감원 불법사금융신고센터에 접수된 내구제대출 상담신고 건수인데, 2023년 106건, 지난해 135건에 불과하다.
나중에야 처벌 대상이란 걸 알고 본인이 처벌받는 게 두려워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당국의 세밀한 관찰과 차별화된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