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과 관련 말 아끼던 李대통령
“어려운 협의” 언급 내놓아 주목
효율적 의사결정 위해 회의 진행
김용범 “조선분야 심도 있는 협의
반도체 등 기여 분야 논의도 지속”
訪日 조현 “美와 협상 과정 들어”
이재명 대통령은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 기한이 이틀 앞으로 다가온 30일, 협상단과 긴급 화상회의를 하고 “당당한 자세로 임해달라”고 주문했다고 대통령실이 전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미국에 체류 중인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 등 협상단으로부터 통상 협의 상황을 보고받았다. 이 대통령은 구 부총리를 포함한 협상단을 격려하고 “어려운 협의인 것은 알지만 우리 국민 5200만명의 대표로 그 자리에 가 있는 만큼 당당한 자세로 임해줄 것”을 당부했다고 대통령실은 밝혔다. 통상 협상과 관련해 극도로 발언을 아끼고 있는 이 대통령이 통상 협상 관련해 ‘어려운 협의’라는 언급을 내놓은 것이 주목된다.

대통령실은 화상회의에 대해 “긴박하게 진행 중인 대미 통상 협의와 관련해 실시간 소통 및 효율적 의사결정을 하기 위해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회의에는 강훈식 비서실장,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김용범 정책실장이 참석했고, 일본에 체류 중인 조현 외교부 장관도 참석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주재한 비상경제점검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통상 문제에 대해 언급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으나 모두발언에서 통상 관련 별도 언급을 하지 않았다. 통상 협상이 진통을 겪고 있고, 대통령의 공개 발언이 협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발언을 최대한 자제하는 상황으로 풀이된다.
김 실장은 TF 회의 후 브리핑에서 미국 측이 우리 정부에 ‘최선의 최종 협상안을 테이블에 올려달라’고 요구했다는 외신 보도와 관련해 “협상 상대방 쪽에서는 항상 그렇게 이야기를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정부도 국익을 최우선으로 해서 최선의 노력으로 협상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협상 과정에서 미국의 무리한 요구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당연히 협상이라는 것은 상대방에게 많은 것을 얻기 위해서 그런 주장을 할 것”이라며 “우리가 감내 가능하고 미국과 한국 간에 상호 호혜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분야를 중심으로 패키지를 짜서 지금 논의를 실질적으로 많이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실은 미국과의 통상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통화에서 “미국 측의 요구가 거세고, 미국의 요구대로 더 내놓지 않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과거의 통상 협상처럼 순차적이고 단계적으로 진행되는 상황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상호관세와 품목관세, 농산물 시장 개방, 대미 투자, 미국산 무기 구매 등의 묵직한 개별 협상이 연쇄적이고 복합적으로 진행되고, 미국의 요구 사항도 전방위적으로 높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 관계자는 “미국과의 외교적인 부분까지 고려하면 대통령이 협상과 관련해 공개적인 언급을 하기는 적절하지 않다”고도 말했다.

대통령실은 통상 협상 타결에 임박해 이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 통화 등을 통해 협상을 최종적으로 마무리 짓는 ‘톱다운’ 협상 방식에도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 요구에 다른 국가 정상들이 어려움을 겪었던 점 등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실장은 브리핑에서 협상과 관련해 “조선 분야는 훨씬 더 심도 있는 협의를 하고 있다”면서 “조선이 아닌 다른 분야도 한국이 기여할 부분이 많기 때문에 반도체, 이차전지, 바이오라든지 이런 부분에 대한 논의도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등 기업인들의 잇따른 방미에 대해선 정부가 요청한 바 없다면서도 “정부가 협상하는 큰 틀에 대해서 기본 방향 같은 경우에 필요한 경우에는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을 방문 중인 조 장관은 전날 이와야 다케시 일본 외무상, 이날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만나 미·일 관세 협상에 관한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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