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 92% “도입시 사용 의향”
인사담당자 84%도 “신설 필요”
인력공백·업무부담 가중 과제
사측 ‘인력 지원금 해법’ 제시
휴직 시기조정·거부권 주장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고위)가 도입하겠다고 한 ‘단기 육아휴직’을 원하는 근로자들이 적지 않은 가운데 사업주(인사 담당자) 대다수도 제도 도입을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인력 공백, 직원 간 형평성 등이 우려돼 이 같은 문제를 보완할 정부 지원책이 동반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지난해 고용노동부 연구용역으로 수행한 ‘육아휴직 급여 등 제도 개선에 관한 연구’를 보면 근로자의 94.7%, 인사 담당자의 84.0%가 단기 육아휴직 신설이 필요하다고 봤다. 설문은 근로자 300명, 인사 담당자 200명을 대상으로 했다.
단기 육아휴직은 지난해 6월 저고위가 도입하겠다고 밝힌 저출생 대책이다. 연간 1회 1주 단위로 최대 2주까지 사용할 수 있게 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대책 발표 뒤 국민의힘 김형동 의원이 지난해 11월 해당 내용을 반영한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과 고용보험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연말에 국회 상황 탓에 논의 진척이 안 됐으나 곧 다시 논의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설문에서는 제도가 생기면 근로자의 92.0%가 사용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원하는 사용 시기를 보면 48.6%는 ‘매년 자녀를 돌보는 과정에 필요하면’이라고 응답했고, 이어 ‘자녀의 질병 등 긴급한 사유가 있을 때’(30.8%), ‘자녀의 방학기간’(20.7%) 순이었다.
사용 의사가 없다고 응답한 이들은 ‘회사나 동료의 눈치’(41.7%)를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표적집단면접(FGI)에서 한 근로자는 제도 자체는 찬성하지만 실현 가능성에는 의문을 표하며 “대신하는 인력들 눈치를 볼 것 같다”고 말했다.
인사 담당자들도 인력 공백을 우려했다. 한 인사 담당자는 “한 직원이 병가를 내 나머지 직원들이 밤새워 일하는 경우가 몇 번 있었는데 비슷한 상황이 연출될 것”이라며 “단기 육아휴직으로 남은 직원들이 급여를 똑같이 받으면서 업무를 더하는 상황이 생기고 인사관리 부담도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인사 담당자들은 제도가 도입될 사업주 지원으로 ‘동료업무분담금 지원’(55.0%)을 가장 많이 선호했다. 현재도 중소기업은 직원이 육아휴직을 쓸 때 요건을 맞춰 고용부에 신청하면 대체인력지원금과 업무분담지원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

사업주들은 단기 육아휴직 제도 도입 시 사용자에게 우선 필요한 권한으로 ‘신청 시 사용자가 시기를 조정할 수 있는 권리’(61.5%), ‘거부할 수 있는 권리’(34.5%)가 필요하다고 봤다. 현재는 육아휴직에는 시기 조정권이나 사업주의 거부권이 적용되지 않는다. 반면 가족돌봄휴직은 사업주가 경영상 이유를 들어 거부할 수 있다.
연구진은 단기 육아휴직 제도 도입 시 여름휴가나 방학 때 수요가 집중될 수 있는 만큼 시기 조정권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용계획 제출 시기를 일반 육아휴직(휴직 개시 30일전)보다 더 빠른 시기로 설정하고 시기 변경에 대한 협의 절차를 구체적으로 규정하는 방안이 보완돼야 한다”고 했다.
인력 공백과 관련해서도 대체 인력 채용은 사실상 어렵기 때문에 동료지원금이 도입돼야 한다고 했다. 동시에 시행 초기에는 지원금 수준을 높이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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