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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딱복, 물복’ 이제는 맞춤형 복숭아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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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7-30 22:41:43 수정 : 2025-07-30 22:4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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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복이냐 물복이냐.” 복숭아 하나를 두고 벌어지는 ‘취향 전쟁’은 여름이면 어김없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뜨겁게 달군다. 아삭한 식감을 사랑하는 ‘딱딱한 복숭아파’와 부드러운 과즙을 즐기는 ‘물렁한 복숭아파’, 최근엔 둘의 장점을 갖춘 품종까지 등장해 복숭아 트렌드는 더 세분화되고 있다. 과거에는 단순히 제철 과일이었던 복숭아가 이제는 취향과 라이프 스타일을 반영하는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은 셈이다. 이처럼 변화하는 시장 흐름 속에서 복숭아 품종 개발 전략에도 새로운 전환이 요구되고 있다.

우리나라 복숭아 육종은 1960년대부터 시작됐다. 연구 초부터 2000년대까지의 품종 개발 목표는 수확량과 열매가 익는 시기 즉 숙기에 초점을 뒀다. 2010년대 들어서면서부터는 간편 소비 경향이 확대되고 독특한 외형이나 맛을 지닌 이색 품종에 관심이 증가함에 따라 ‘소비자 맞춤형’으로 목표가 더 다양화됐다. 최근에는 이상기후로 인한 강우와 병 피해를 줄일 수 있도록 이른 시기 수확할 수 있으면서도 노동력이 덜 드는 ‘생산자 맞춤형’ 품종 개발이 활발하다.

김명수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장

이러한 흐름 속에서 주목할 국산 품종으로는 껍질에 털이 없는 복숭아(천도) ‘옐로드림’, ‘설홍’, ‘이노센스’ 등을 들 수 있다. 이들 품종은 당도가 높고 신맛이 적어 맛 부분에서 소비자에게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망고 복숭아’라는 별명이 붙은 ‘옐로드림’은 6월 하순부터 조기 출하할 수 있어 생산자에게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모든 과일이 그렇지만 복숭아도 품종 개발 과정이 그리 간단치 않다. 사람이 직접 길러보고 관찰하며 선발하는 전통 육종 방식은 보통 15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돼 인력과 시간, 예산 등 자원 소모가 상당하다. 이러한 전통 육종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농촌진흥청은 올해부터 복숭아에 디지털 육종 기술을 본격 도입 적용 중이다.

디지털 육종은 유전 정보와 표현 정보를 기반으로 원하는 특징을 갖는 복숭아를 조기에 선발할 수 있는 육종 기술이다. 어린 나무일 때 특징을 파악할 수 있어 재배와 관리 부담을 줄이고, 육종 효율을 크게 높일 수 있다. 농촌진흥청은 2021년부터 복숭아 유전자원 445점에 대해 유전체 해독을 시작해 약 94만 개의 단일염기다형성(SNP) 유전 정보를 확보하였다. 또한 확보한 데이터를 활용해 디지털 육종에 필요한 복숭아 핵심집단 150점을 선발했다. 이 과정에서 복숭아 모양과 털 유무를 조기에 판단할 수 있는 분자표지 개발도 완료했다. 분자표지는 식물의 유전적 특징을 빠르고 정확하게 찾아주는 표식으로, 이를 활용하면 모양이 동그랄지 납작할지, 털이 있을지 없을지 일찌감치 판별할 수 있다. 앞으로는 신맛과 더불어 열매 성숙 시기와 같은 다양한 분자표지들을 개발할 계획이다.

디지털 육종 기술이 본격적으로 자리 잡으면, 보유한 유전자원을 전략적으로 활용해 원하는 특성의 복숭아를 더 효율적으로 선발할 수 있다. 앞으로 농촌진흥청은 디지털 육종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고품질, 간편 소비, 재배 편의성이라는 세 가지 핵심 요소를 만족시키는 복숭아 품종을 개발할 계획이다. 과학기술에 기반을 둔 육종 혁신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 복숭아 디지털 육종은 그 혁신의 중심에서 과수 품종 개발의 새 길을 써 내려 가는 중이다.

 

김명수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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