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간판 정비사업 특혜 의혹'에 휩싸인 전북 익산시가 경찰 수사 대상에 오른 한 간부급 공무원에 대한 직위를 해제했다. 이 공무원은 최근 이뤄진 경찰 압수수색 때 수천만원의 현금 등을 보관한 자신의 차량을 다른 곳으로 옮기도록 부하 직원에게 지시한 혐의(증거인멸) 긴급체포 됐다.
익산시는 30일 금품수수 등 비위 혐의로 수사를 받는 5급(사무관) 공무원 A씨의 직위를 해제했다고 밝혔다. A씨가 수사기관의 정식 수사 대상에 포함된 데다 금품을 수수한 정황이 나온 만큼 지방공무원법 등 관련 규정에 따라 공정한 조사와 엄정한 공직기강 확립을 위해 이같이 결정했다는 게 시측 설명이다.
익산시 관계자는 “공직자의 비위 행위에 대해서는 사안의 경중을 떠나 무관용 원칙으로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며 “수사 결과에 따라 징계 절차 등 후속 조치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앞서 전북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지난 28일 익산시 간판 정비 사업 추진 과정에서 특정 업체에 특혜를 준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익산시청 도로관리과와 회계과 등 2개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과장인 A씨를 긴급 체포했다.
A과장은 경찰 압수수색 당시 부하 직원에게 자신의 차량을 다른 곳으로 옮기도록 지시했는데, 경찰은 해당 차량에서 수천만원의 뭉칫돈과 상품권 등이 담긴 봉투를 발견했다. 이에 경찰은 29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그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번 수사는 익산시가 도시 미관 개선과 노후 간판 정비를 목적으로 수의계약을 통해 지역 조합과 진행한 간판 정비사업 과정에서 특정 업체와 유착한 의혹이 불거진 데 따른 것이다.
한편, 익산시는 경찰의 압수수색이 이뤄진 직후인 29일 옥외광고물 사업을 비롯한 계약 업무 전반의 문제점을 살피기 위한 특별 감사를 진행하기로 해 또 다른 논란을 낳고 있다. 감사가 그동안의 사업 추진 과정에서 부적정 사례를 철저히 점검하고, 청탁이나 금품수수 등 위반 사례를 신속하게 파악하기 위함이라는 게 시측 설명이지만,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 자체 감사를 진행하는 게 적절한지 의문이라는 시각도 많다.
지역 시민단체 관계자는 “지자체 사업과 관련한 금품수수 등 공무원 비위 사건은 대게 결재 라인 등 상하 연결고리에 의해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며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한 특별감사는 자칫 내부 비리를 미리 은폐·차단하려는 의도로 비칠 수 있기에 신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특혜 의혹과 관련해 현재까지 윗선을 향한 수사 정황은 파악되지 않았으나, 해당 업체가 오랜 기간 익산시와 계약을 맺었다는 점에서 수사 범위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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