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사건 관련 의혹 등을 수사하는 채해병 특별검사팀(특검 이명현)이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과 국군방첩사령부 소속 해병대 파견부대장이던 문모 대령을 29일 소환해 조사 중이다. 이들은 이른바 ‘VIP 격노설’을 목격했거나 들었을 가능성이 있다.
조 전 원장은 이날 오전 피의자 신분으로 특검팀 사무실에 출석했다. 2023년 7월31일 그는 국가안보실장으로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회의에 참석했다. 윤 전 대통령이 채상병 순직사건 초동 조사 결과를 보고 받은 뒤 격노한 것으로 알려진 자리다.

정민영 채해병 특검보는 이날 브리핑에서 “조 전 원장은 당시 윤 전 대통령에게 보고된 내용과 윤 전 대통령의 반응, 윤 전 대통령이 이후 누구에게 무엇을 지시했는지 등을 상세히 알고 있을 것”이라며 ”이 부분을 중점적으로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조 전 원장은 같은 해 8월30일 국회 운영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윤 전 대통령의 격노 이후 수사단의 조사 결과가 경찰로 이첩되는 것을 보류한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그런 사실 없다”고 일축한 바 있다. 이번 조사에서 조 전 원장이 ‘VIP 격노설’을 인정할지 주목된다. 앞서 수석비서관회의 참석자 7명 중 김태효 전 국가안보실 1차장과 이충면 전 외교비서관, 왕윤종 전 경제안보비서관 등 3명은 특검의 조사에서 “당시 대통령이 격노한 것을 목격했다”고 진술한 바 있다.
특검팀은 문 대령도 이날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의 ‘격노’를 김계환 전 해병대사령관에게 전해 들었다고 알려진 인물이다. 문 대령은 수석비서관 회의 후 해병대사령부의 동향 등이 담긴 자료를 만들어 보고했다. 이 자료에는 ‘윤 전 대통령이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주요 혐의자에서 빼라고 지시했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전날 소환한 박진희 전 군사보좌관에게도 방첩사가 같은 해 7∼8월 작성한 군내 동향 보고 자료에 대해 캐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윤 전 대통령이 회의에서 화를 낸 것을 넘어 임 전 사단장을 혐의자에서 빼는 등 구체적인 지시가 있었는지 확인하는 차원인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은 31일 오전 이시원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도 소환해 조사할 예정이다. 해병대 수사단이 경찰에 이첩한 수사자료를 국방부 검찰단이 경찰청에서 회수하는 과정 전후로 이 전 비서관이 경찰 및 국방부 여러 관계자와 소통한 정황을 포착하고, 이 과정에서 불법 행위가 없었는지를 들여다볼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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