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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의 무기화… 다른 나라 공격·압박 수단 활용 [심층기획-자국 우선주의에 쫓겨나는 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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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7-30 06:00:00 수정 : 2025-07-29 19:19:57
김범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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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EU 회원국 反이민정서 자극
우크라 침공 강행 전 분열 유도
튀르키예, EU에 “빗장 열 것” 위협

난민은 전 세계 각국에서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정치적인 도구로 활용됨과 동시에 이웃국가를 공격하는 소재가 되고 있다. 이른바 ‘난민의 무기화(化)’다.

전쟁이 발발한 2022년 3월, 우크라이나 난민들이 스페인 토레비에하에서 유럽연합의 임시 보호를 신청하기 위해 줄을 서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9일 영국 인권단체 헨리잭슨협회(HJS)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을 감행하기 전인 2021년부터 유럽연합(EU) 국가들을 대상으로 반(反)이민정서를 자극시켜 EU 국가 간 분열을 유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러시아의 우방국인 벨라루스는 같은 해 시리아,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발생한 난민들을 우선 불러들인 뒤 폴란드와 발트3국 중 하나인 리투아니아 접경지역인 ‘수바우키 회랑’에 의도적으로 내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수바우키 회랑은 벨라루스와 러시아의 역외영토인 칼리닌그라드를 연결하는 폴란드와 리투아니아 사이 약 65㎞에 이르는 육상통로다. 국경선이 복잡한 이곳에 난민들을 보내 EU 국가에 대거 밀입국을 시키려 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벨라루스를 통한 EU 회원국 불법 입국 시도는 전년보다 66% 늘었다. 벨라루스의 ‘난민 전술’에 폴란드와 리투아니아가 국경을 강화하면서 수만명에 달하는 난민들이 수바우키 회랑에 갇히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이에 대응해 리투아니아는 지난 5월19일 벨라루스를 “민간인을 정치적 도구로 삼은 행위에 법적 책임을 묻겠다”며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했다. 아울러 EU 집행위원회는 러시아와 벨라루스의 움직임을 ‘하이브리드 전쟁’ 전술로 규정하고, 동유럽 회원국들에 일시적으로 난민의 망명 신청권을 중단할 수 있는 특별조치를 부여했다.

난민을 지렛대로 활용해 다른 나라에 외교적으로 압박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튀르키예는 2016년 EU와 맺은 난민협정을 수차례 문제 삼으며 ‘유럽으로 향하는 난민의 빗장을 열겠다’며 압박하고 있다. 지정학적으로 튀르키예는 유럽으로 향하는 대규모의 시리아 난민들을 수용하는 ‘방파제’ 역할을 하고 있다. 이 때문에 EU는 튀르키예에 지급하는 난민지원금은 물론, 정적을 탄압하고 장기집권을 노리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에 대해서도 묵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켈리 그린힐 미국 터프츠대학 정치사회학 교수는 “1950년대 이후 다른 나라를 위협하거나 공격하는 수단으로 난민을 활용한 사례는 70건이 넘는다”며 “민주주의 국가는 인도주의 협약 때문에 난민을 거부하기 어렵고, 이를 악용하는 장치로 활용되곤 한다”고 말했다.


김범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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