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결제 배제 등 뒤늦은 재발방지대책 내놓아
수년간 수억원대 쓰레기 종량제 봉툿값을 가로챈 제주시청 공무원이 덜미를 잡혔다.
29일 제주시와 제주동부경찰서에 따르면 제주시는 최근 공무직 A(37)씨를 횡령 혐의로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A씨는 종량제 봉투 공급처에서 주문을 취소한 것처럼 속인 뒤 결제한 현금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제주시는 최초 고발 당시 2021년부터 최근까지 6억7900만원이 횡령된 것으로 추정했으나 A씨가 2018년부터 근무한 것을 감안해 피해액이 더 큰 것으로 보고 있다.
A씨는 2018년부터 제주시 소재 마트·편의점 등 지정판매소에 종량제 봉투를 배달한 뒤 현금으로 대금을 받고 나서 주문 취소건으로 처리하는 방법으로 판매대금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제주시는 지난 9일 종량제 봉투를 현금으로 구입한 편의점에서 영수증 재발급을 요청해 확인한 결과, 전산상 주문취소된 건으로 배달되지 않아야 함에도 배달이 된 것을 알아챘다.
최근 3주간 취소 내역을 조사한 결과 봉투는 배달되고 판매대금은 세입처리되지 않은 건이 43건·868만원임을 확인하고 A씨를 경찰에 고발했다.
김완근 제주시장은 수억원대 쓰레기 종량제 봉투 판매대금 횡령사건에 대해 사과했다.
김 시장은 이날 “종량제 봉투 대금 수납과 관련한 내부 감독 시스템에 문제가 있었다”며 “이를 사전에 바로잡지 못한 명백한 실수가 있었다. 변명의 여지가 없다. 다시 한번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고 전했다.
또 “횡령을 저지른 직원에 대해서는 범죄사실 인지 즉시 직무 배제와 (지난 14일)경찰 수사 의뢰를 진행했다”며 “수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해당 직원과 직무 감독자들에 대한 엄중한 문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김 시장은 “민생경제가 어려운 이 시기에 시민 여러분 모두를 위해 쓰여야 할 소중한 재원이 다른 누구도 아닌 우리 시 공직자 한 사람의 주머니를 채우는 데 사용돼 매우 참담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김 시장은 “시민들의 실망과 분노가 조금이나마 해소될 수 있도록 횡령된 재원 회수와 재발 방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김 시장은 “현금 취급 업무 전수조사 정례화, 현금 업무 담당자 의무 순환제 도입, 종량제 봉투 구매 시 현금 수납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선결제 시스템 도입 등 유사 사례 재발 방지 대책들도 신속하게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제주도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종량제 봉투 관리체계를 전면 개편한다.
재발 방지 대책으로 △현금 결제 배제, 신용카드·계좌입금 △종량제 봉투 수불부 매일 작성·월 1회 정기 재고 확인 △전화주문→온라인 선결재 시스템 구축 △배달담당 공무직 2년 주기 근무순환 조치·관리감독 강화 등을 내놓았다.
지난해 제주도 내 쓰레기 종량제 봉투 판매액은 171억여원으로 집계됐다.
경찰 관계자는 “관계자 참고인 조사를 했고, 곧 피의자를 소환해 조사할 예정”이라며 “구체적인 횡령 규모에 대해서도 수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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