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북·미 정상 관계 나쁘지 않아… 핵보유국 인정 전제돼야”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를 향해 “미국이 변화된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과거에만 집착한다면 조미(북미) 사이의 만남은 미국 측의 ‘희망’으로만 남아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 부부장은 그러면서 “우리 국가수반과 현 미국 대통령 사이의 개인적 관계가 나쁘지 않다는 사실을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북한 핵보유국 인정을 전제로 한 북·미 대화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연합뉴스

29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조미 사이의 접촉은 미국의 희망일 뿐이다’라는 제목의 28일자 김 부부장 담화 전문을 보도했다. 

김 부부장은 이 담화에서 최근 미 백악관 당국자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대화에 문을 열어두고 있다고 밝힌 데 대해 “실패한 과거에만 집착한다”고 평가했다. 

김 부부장은 “2025년은 2018년이나 2019년이 아니라는데 대해서는 상기할 필요가 있다”며 “우리 국가의 불가역적인 핵보유국 지위와 그 능력에 있어서 또한 지정학적 환경도 근본적으로 달라졌다는 엄연한 사실에 대한 인정은 앞으로의 모든 것을 예측하고 사고해보는 데서 전제로 되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 차례의 북·미 정상회담이 개최된 2018∼2019년처럼 북한 비핵화를 목표로 한 북·미 협상은 가능하지 않다고 선을 그은 것이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 연합뉴스

김 부부장은 “그 누구도 현실을 부정할 수 없으며 착각하지도 말아야 한다”며 “강세한 핵 억제력의 존재와 더불어 성립되고 전체 조선 인민의 총의에 의하여 최고법으로 고착된 우리 국가의 핵보유국 지위를 부정하려는 그 어떤 시도도 철저히 배격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부부장은 그러면서 “핵을 보유한 두 국가가 대결적인 방향으로 나가는 것이 결코 서로에게 이롭지 않다는 사실을 인정할 최소한의 판단력은 있어야 할 것”이라며 “그렇다면 그러한 새로운 사고를 바탕으로 다른 접촉 출로를 모색해보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완전한 비핵화’를 전제하지 않은 북·미 대화는 고려할 수 있다는 ‘시그널’을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김 부부장은 특히 “나는 우리 국가수반과 현 미국 대통령 사이의 개인적 관계가 나쁘지 않다는 사실을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고 언급하면서 북·미 관계 개선의 여지를 남겼다. 

김 부부장은 “하지만 조미 수뇌들 사이의 개인적 관계가 비핵화 실현 목적과 한 선상에 놓이게 된다면 그것은 대방에 대한 우롱으로밖에 달리 해석될 수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김병관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