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퇴’ 여론조사서 찬 41%, 반 47%
자민 지지층선 70%가 “사임 안돼”
81%는 선거 패인 “당 문제” 꼽아
극우정권 수립 우려도 여론 한몫
이사바 “정치공백 없어야” 버티기
당내 퇴진 압박 의총 개최 움직임

7·20 일본 참의원(상원) 선거에서 집권 자민당이 패한 뒤 이시바 시게루(사진) 총리의 거취를 둘러싸고 혼란스러운 정국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취임 이후 중의원(하원), 도쿄도의회, 참의원 선거에서 3연패하고도 버티기에 들어간 이시바 총리를 향해 당 안팎의 퇴진 압박이 거세지는 가운데 사퇴를 반대하는 여론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NHK방송 등에 따르면 이시바 총리는 28일 오후 자민당 중·참의원 의원 약 300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양원 의원간담회에서 미국과의 관세 합의 이행 중요성 등을 언급하며 “국가와 국민에 대해 결코 정치 공백을 만들지 않도록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예정된 2시간을 훌쩍 넘겨 4시간 반 만에 간담회가 종료된 후에도 “완수해야 할 책임을 다하고 싶다”며 총리직 유지 뜻을 굽히지 않았다.
모리야마 히로시 간사장은 참의원 선거 결과를 검토하는 위원회 설치 방침을 밝히고 “(8월 중) 보고서가 정리되는 단계에서 제 책임을 분명히 하고 싶다”고 했다. 모리야마 간사장이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선에서 참의원 선거 패배 후폭풍을 수습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됐다.
이시바 총리 거취의 분수령으로 꼽힌 이날 간담회에서 총리 측이 이같이 정면돌파에 나섰지만 다수 의원들은 퇴진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중진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연임을 요청한 의원이 대여섯 명 정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는 총리의 책임 문제를 강조한 분이 많았다”고 했다. 의견 교환에 그치는 간담회가 아니라 의결권이 있는 양원 의원총회를 열어 퇴진 압력을 배가하려는 움직임도 거세다. 의총 개최에 필요한 국회의원 3분의 1 서명은 이미 확보돼 결행 여부와 시기의 문제만 남았다고 아사히신문이 전했다.

당내에서 ‘이시바 끌어내리기’ 움직임이 가열되는 것과 달리 여론은 이시바 총리에게 힘을 실어주는 모습도 포착된다. 아사히는 지난 26·27일 전화 설문 결과 이시바 총리가 ‘사임할 필요는 없다’는 응답이 47%로 ‘그만둬야 한다’ 41%보다 많았다고 이날 보도했다. 특히 자민당 지지층에서 사퇴 반대(70%)가 찬성(22%)을 크게 웃돌았다.
이는 선거 패배 책임을 이시바 총리 한 사람에게 돌릴 수 없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아사히 조사에서 81%는 선거 패인을 ‘자민당 전체의 문제 때문’이라고 꼽아 ‘이시바 총리 개인 때문’이라는 응답(10%)을 압도했다. 신문은 칼럼에서 “자민당은 비자금 문제 등을 유야무야해온 자신들 책임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가. 간판만 바꾸면 되나”라고 꼬집기도 했다.
총리 교체 시 ‘극우 정권’이 들어설 가능성이 있는 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5일 총리관저 앞에서는 소셜미디어에서 ‘이시바 물러나지 마’라는 해시태그를 보고 몰려든 수백 명이 퇴진 반대 집회를 열었는데, 시위 참가자가 든 팻말 중에는 차기 총리 후보로 거명되는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담당상에 반대한다는 내용이 눈에 띄었다. 다카이치 전 장관은 제2차 세계대전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를 매년 직접 참배하는 당내 강경 우파이다. 그는 니혼게이자이신문·TV도쿄의 차기 총리 선호도 조사(25∼27일)에서 20% 지지를 얻어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과 공동 선두를 차지했다. 특히 우익 신생 정당 참정당과 보수 성향 야당 국민민주당 지지층이 그를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마이니치신문이 26·27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차기 총리감으로 이시바 총리(20%)를 가장 많이 택했고 다카이치 전 장관은 15%로 2위였다. 조사기관별로 이같이 엇갈려 드러나는 여론을 각자 유리한 쪽으로 해석하다 보면 정국 혼돈은 더욱 장기화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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