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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말뿐인 접근금지 명령… 스토커 40%만 유치장·구치소行

입력 : 2025-07-28 17:24:44 수정 : 2025-07-28 21:25:02
윤준호·최경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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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보호 장치 ‘유명무실’

스토킹법 시행 4년 살해사건 반복
경찰 ‘잠정조치 4호’ 잇단 신청에도
법원, 과반 기각… 즉각 인용 소극적

대검 보고서 높은 法 기각률 지적
절차 간소화·치료 위탁 신설 촉구
보복 범죄 우려 가중 처벌도 주문

스토킹 살해 사건이 잇따르면서 말뿐인 접근금지 명령이 아닌 실효성 있는 피해자 보호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21년 스토킹처벌법 시행으로 스토킹 행위자에 대한 서면경고와 접근금지 등을 명령하는 잠정조치가 가능해졌다. 법원의 사후 승인을 조건으로 경찰은 직권으로 긴급응급조치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스토킹 행위자가 이러한 잠정조치나 긴급응급조치 결정을 받고도 스토킹 피해자를 살해하는 사건은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

 

이달 26일에는 경기 의정부시 노인보호센터에서 일하던 50대 여성이 전 직장 동료 남성으로부터 스토킹을 당하다 목숨을 잃었다. 이 남성은 경찰로부터 긴급응급조치를 받은 상태였다. 경찰은 접근과 연락을 금지하는 잠정조치도 신청했으나 검찰이 이를 기각했다.

스토킹하던 여성을 살해한 뒤 달아나 나흘 만에 붙잡힌 윤정우(48)가 6월 16일 대구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대구 한 아파트에서 가스 배관을 타고 올라가 흉기를 휘둘러 스토킹하던 여성을 살해한 윤정우(48)와, 지난해 11월 경북 구미시에서 스토킹하던 여성을 피해자 모친 앞에서 숨지게 한 서동하(34)는 법원으로부터 접근금지 등 잠정조치를 받은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다. 이런 상황에서 당장 스토킹 가해자의 피해자에 대한 접근을 막을 수 있는 잠정조치인 ‘유치장·구치소 유치’(4호)가 이뤄지는 경우는 10명 중 4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최근 3년간 경찰의 잠정조치 4호 신청 건수 대비 법원의 결정 건수 평균 비율은 46.3%에 그쳤다. 지난해로 국한하면 경찰이 신청한 1219건 중 499건(40.9%)에 대해서만 법원에서 유치장이나 구치소 유치가 결정된 것으로 집계됐다.

대검찰청이 잠정조치 실태를 점검하고 실효적인 피해자 보호조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개선방안을 도출하겠다며 지난해 용역으로 진행한 정책연구 보고서에도 이러한 문제가 언급됐다.

 

용역을 맡은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은 지난해 12월 대검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행위자를 즉각적으로 분리할 수 있는 잠정조치 4호에 대한 법원의 높은 기각률을 지적했다. 연구진은 보고서에서 “(청구된 잠정조치에 대해) 법원에서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즉각적으로 인용하도록 절차의 간소화가 필요하다”며 “보완이 필요한 부분은 검사나 행위자의 항고규정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짚었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의 모습. 연합뉴스

스토킹 행위자의 정신질환 등을 치료하는 상담교육 위탁과 심리치료 위탁 규정을 신설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선행 연구에 따르면 교정시설에 수용된 스토킹 범죄자 41.1%가 정신질환을 가지고 있었는데 대부분(2022년 기준 94.2%)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와 재판이 진행돼 보복성 범죄 우려가 크다는 이유에서다.

 

잠정조치 위반에 대한 엄중한 처벌도 주문했다. 연구진은 “2022년 533건, 2023년 636건, 2024년 9월까지 669건으로 스토킹범죄의 심각성 인식과 법적 제재 강화에도 불구하고 위반사례가 늘고 있는 것은 잠정조치가 과연 실효적인지에 대한 점검을 요하는 부분”이라며 “잠정조치를 위반해서 이후 상해 또는 사망이라는 강력범죄로 나아가는 것에 대해 가중처벌 규정도 추가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밖에도 연구진은 피해자가 잠정조치 연장을 직접 법원에 신청할 수 있는 ‘피해자보호명령제도’와 피해자와 가해자의 합의 과정을 변호사를 통해 진행하도록 하는 제도 도입을 제안했다.


윤준호·최경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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