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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협상단 쫓아 유럽까지… 韓 ‘MASGA 프로젝트’ 승부수 [美·EU 관세 타결]

입력 : 2025-07-28 18:23:00 수정 : 2025-07-28 22:22:32
박유빈 기자 yb@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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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시한 촉박… 정부 총력전

韓 조선사 대규모 투자·기술협력에
대출·보증 금융지원까지 패키지로
조선업 육성 원하던 美 필요 맞춤형
김정관 장관 제안에 美 상무 긍정적

“美, 中 해양굴기 맞대응… 효과적 카드”
“車관세 日만큼 낮춰야 경쟁력 유지”

미국은 현지시간으로 8월1일 0시1분부터 국별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통보한 상태다. 이 시한이 사흘 앞으로 다가오면서 우리나라 협상단도 숨가쁘게 움직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및 미국 협상단 일정에 맞춰 미국에 머물던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유럽으로 이동했다. 결국 우리나라가 미국에 제시할 카드는 시장 개방, 대미 투자, 조선 협력 세 가지로 요약된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28일 통상당국 등에 따르면 김 장관은 미국과 추가 협상 기회를 마련하기 위해 유럽으로 이동했다. 지난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상무부 청사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을 만났던 김 장관은 25일에는 뉴욕으로 이동해 러트닉 장관 자택에서 협상을 이어갔다. 협상에 남은 기간이 촉박한 만큼 뉴욕으로 이동했던 김 장관과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워싱턴으로 복귀하지 않고 미국 협상단을 따라 유럽으로 이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부터 스코틀랜드를 방문 중이다. 29일까지 머물며 자신이 소유한 골프장을 방문하거나 존 스위니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을 만나는 일정 등이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은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도 이곳에서 만났다.

 

28∼29일 스웨덴에서는 미국과 중국 고위급이 접촉한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부 장관이 허리펑 부총리가 이끄는 중국 대표단과 만난다. 산업부 주요 협상 파트너인 상무부 러트닉 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스웨덴 미·중 협상에 참석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져 김 장관과 여 본부장도 스코틀랜드로 이동했다.

 

러트닉 장관과의 뉴욕 자택 협상에서 김 장관은 ‘마스가(MASGA)’라는 이름의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의 변형형인 ‘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뜻의 마스가 프로젝트를 먼저 제시해 러트닉 장관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수십조원 규모의 대규모 대미 투자를 국내 민간 조선사들이 진행하고 한국수출입은행, 한국무역보험공사 같은 공적 금융기관이 이를 뒷받침하는 대출·보증 등 금융 지원을 제공한다는 것이 골자다. 조선업 역시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는 자본집약적 산업인 만큼 대규모 패키지를 약속한 것이다.

 

협상 초반부터 미국은 해군 군함과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을 중심으로 조선업을 다시 살리고 싶어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지난 5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이펙) 통상장관 회의 참석차 그리어 대표가 제주를 방문했을 때도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과 김희철 한화오션 대표를 만나기도 했다. 일본이 미국에 5500억달러 규모, EU는 6000억달러 규모의 대규모 대미 투자를 약속하며 관세 인하를 끌어내 ‘돈 주고 관세를 샀다’는 평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경제 규모가 이보다 작은 우리나라는 주요 대기업 투자 의향을 바탕으로 1000억달러 이상 규모로 직접 투자 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절대 액수가 차이 나는 만큼 조선업 협력은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와 비교해 협상 지렛대로 삼을 가장 효과적인 카드로 거론된다. 제조업 중에서도 조선업은 미국과 협력이 사실상 불가능한 중국을 제외하면 우리나라가 기술력이 가장 우수해 인력 양성, 기술 이전, 조선소 건설 및 미국 내 생태계 재건에 다른 나라와 다르게 기여할 수 있는 여지가 크다.

‘조선업딜’ 회심의 카드될까 한·미 관세협상 시한을 앞두고 우리 정부가 미국 측에 국내 조선사들의 대규모 현지 투자와 이를 뒷받침할 대출·보증 등 금융 지원을 포괄하는 ‘마스가(MASGA) 프로젝트’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28일 서울 종로구 한국무역보험공사에서 관계자가 선박건조 영상을 쳐다보고 있다. 이재문 기자

이은창 산업연구원 디지털·AI전환생태계연구실 연구위원은 “미국은 중국에 대응해 해양력을 유지하려고 해 조선산업이 진영화되고 있다”며 “한·미 협력은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연구위원은 “이 기회를 살리려면 국내 거버넌스 일관성이 유지되고 인력 투자를 지속하는 등 장기적 관점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북한학)는 “미국이 상호관세가 아니라 사실상 ‘일방관세’를 부과하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공언한 최저 수준인 15%로 우리나라도 인하해야 한다”며 “동시에 일본이 자동차 품목관세 인하를 끌어낸 만큼 우리나라도 자동차 품목관세를 12.5%(현재 25%)까지 인하를 노려야 미국 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시장 개방, 대규모 대미 투자, 조선 협력이 가장 중요한 카드이고 여기에 중국 견제 같은 미국 안보정책에 협력하겠다는 우리 입장 약속 등이 같이 나와야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유빈 기자 yb@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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