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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은 사망 사고’ 李대통령 질책‥이틀 만에 ‘초과 야근’ 없앤 SPC, 두 손 들었다

입력 : 2025-07-28 08:58:21 수정 : 2025-07-28 09:56:30
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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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C, 주간 근무시간도 줄여 피로 누적에 따른 사고위험 예방
李, SPC삼립 제빵공장 장시간 근무 포함 업무 환경 문제 질책

연이은 공장 사망 사고로 질타 받아온 SPC그룹이 생산직 근로자들의 8시간 초과 야근을 없애는 등 사고 위험을 차단할 수 있도록 생산 구조를 전환하기로 했다.

 

SPC 계열사 제빵공장의 사고가 발생한 기계. 시흥소방서 제공

 

SPC그룹은 27일 대표이사 협의체인 ‘SPC 커미티’를 열고 생산직 야근을 8시간 이내로 제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해 나갈 계획이다.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할 예정이다.

 

SPC그룹은 8시간 초과 야근 폐지를 위해 ▲ 인력 확충 ▲ 생산 품목과 생산량 조정 ▲ 라인 재편 등 전반적인 생산 구조를 완전히 바꾸기로 했다. SPC 계열사들은 각 실행 방안을 마련해 오는 10월 1일부터 이런 계획을 전면 시행할 방침이다.

 

이 밖에 근무제 개편이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노동조합과 지속적으로 협의하고, 전환 과정에서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교육과 매뉴얼 정비도 추진하기로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5일 경기 시흥시 SPC 삼립 시흥 공장에서 열린 산업재해 근절 현장 노사간담회에서 허영인 SPC그룹 회장에게 근로자 노동 환경 등에 대해 질문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SPC그룹이 생산 구조 전면 개편 조치를 내놓은 것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5일 경기 시흥 SPC삼립 시화공장에서 열린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에 참석한 후 이틀 만이다.

 

당시 이 대통령은 “일주일에 나흘을 밤 7시부터 새벽 7시까지 풀로 12시간씩 일한다는 것이 가능한 일인지 의문이 든다”며 SPC삼립 제빵공장의 장시간 근무를 포함한 업무 환경 문제를 질책했다.

 

SPC그룹 측은 이 대통령과 간담회에서 오는 2027년까지 2조 2교대를 20%로 줄이는 것을 포함해 안전설비 확충과 위험 작업 자동화, 작업환경 개선, 장비 안전성 강화에 624억원을 추가 투입하는 계획을 공개한 데 이어 이날 8시간 초과 야근 폐지 등의 생산직 근로 체계 개편 시행 계획도 내놨다.

 

SPC그룹 관계자는 “생산 현장의 장시간 야간 근로에 대한 지적과 우려를 무겁게 받아들여 근무 형태를 비롯한 생산 시스템 전반에 대한 개혁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SPC그룹 로고. SPC그룹 제공

 

이어 “앞으로도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으로 되는 일터를 만들 수 있도록 적극적인 개선과 투자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앞서 경기 시흥시 SPC삼립 시화공장에서 50대 여성 작업자가 숨지는 사고가 났다. 지난 5월19일 수사당국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3시쯤 SPC삼립 시화공장에서 A씨가 기계 컨베이어 벨트에 상반신이 끼어 숨지는 사고가 났다. 사고는 A씨가 기계에 윤활유를 뿌리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머리 부분을 크게 다쳐 숨졌다. 경찰 등은 자세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25일 경기 시흥시 SPC 삼립 시흥 공장에서 열린 산업재해 근절 현장 노사간담회에서 허영인 SPC그룹 회장에게 근로자 노동 환경 등에 대해 질문하고 있다.시흥=연합뉴스

 

중대재해처벌법은 상시 근로자 50인 이상 사업장에서 근로자 사망 등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예방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다.

 

SPC 작업장 사고는 수년간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2023년 8월8일 낮 12시41분에는 성남시 소재 SPC 샤니 재빵공장에서 50대 여성 근로자 B씨가 반죽 기계에 끼이는 사고가 났다.

 

B씨는 2인1조로 원형 통에 담긴 반죽을 리프트 기계에 올린 뒤 다른 통으로 옮기는 작업을 하다가 함께 일하던 C씨가 안전 확인 없이 기계를 작동시키면서 사고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으로 옮겨진 B씨는 치료받다가 사흘 뒤인 10일 낮 12시30분쯤 사망했다.

 

경찰은 C씨를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하고 샤니 공장에 대해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를 벌였다.

 

또 앞서 2022년 10월에는 SPC 계열사인 SPL 평택 제빵공장에서 20대 여성 근로자 D씨가 소스 교반기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나기도 했다. 이 사건으로 SPL 대표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기도 했다.

 

이외에도 SPC 계열 공장에서는 작업자들이 손가락이 기계에 끼어 골절되거나 기계 일부가 무너져 머리를 다치기도 했다.

 

SPC는 이 같은 사고가 이어지자 2023년 국회 청문회 자리에서 ‘제빵 과정 자동화 등을 언급하기도 했으나 현재까지 사고를 막는 조치는 특별히 이뤄지지 않은 셈이다.

 

당시 SPC삼립은 사고 이후 김범수 대표이사 명의 사과문을 통해 “불의의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족에게 깊은 위로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관계당국의 조사에 성실히 임하고 사고 원인 파악과 후속 조치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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