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인 무더위가 이어지면서 농축수산물의 공급 불안이 커지고 있다. 예년보다 일찍 찾아온 폭염에 우유 생산이 크게 감소했다. 광어나 우럭 같은 양식 어류는 폐사하기 시작했다. 폭염 영향으로 여름 채소류 생육도 부진하다.

28일 낙농진흥회는 우유 원유(젖소가 생산한 젖으로 가공하지 않은 것) 생산량이 5∼10% 감소한 것으로 추정했다. 땀을 적게 흘리는 동물인 젖소는 더위에 취약한데 지구 온난화로 여름철 고온 스트레스를 갈수록 많이 받고 있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키우는 젖소는 대부분 홀스타인종이다. 고온 스트레스에 약해 기온이 27도 이상이면 사료 섭취량이 감소한다. 특히 32도 이상의 폭염이 지속되면 우유 생산량이 많게는 20% 정도 줄어든다.
우유업계 1위인 서울우유협동조합 관계자는 최근 하루 평균 집유량(낙농가가 생산한 원유를 수집한 양)이 통상 1900t에서 100t 가량 줄었다고 말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6월 말부터 더워서 집유량이 급감했고 장마 때 조금 회복했다가 다시 더워지니 또 줄고 있다”고 설명했다.
매일유업 측도 이달 하루 평균 집유량이 전달보다 5∼10% 정도 줄었다고 밝혔다.
원유 생산이 이처럼 급격히 줄면서 당장 생크림 공급에 차질이 생겼다.
개인 디저트 가게나 카페 점주들은 대리점에서 생크림을 잘 공급받지 못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자영업자 온라인 카페에는 이달 중순부터 “매주 생크림을 80개 정도 쓰는데 생크림이 없다고 해서 5개만 받았다”, “생크림 케이크를 줄이고 휘핑크림으로 치즈 케이크 위주로 만든다” 등의 글이 잇따르고 있다.
낙농진흥회 관계자는 “여름철에 우유 소비량이 조금 늘어나는데 원유 생산량은 줄어드니 생크림 물량이 부족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폭염이 장기화하면 우유 공급에도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
지난 2021년 여름 폭염 영향으로 서울우유는 1.8L 흰우유 제품의 편의점 공급을 중단했다. 당시 매일우유도 우유 공급량을 줄였다.
서울우유 관계자는 “폭염이 길어진다면 우유 공급도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양식장에선 폭염으로 수온이 오르면 대량 폐사가 발생할 수 있다.
지난 24일에는 제주에서 고수온 추정 광어 폐사 신고가 들어왔다. 고수온 추정 폐사 신고는 올해 처음으로, 지방자치단체는 폐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해수부는 고수온으로 인한 폐사를 방지하기 위해 지난 23일 전남 여수에서 우럭을 긴급 방류했다. 올해 긴급 방류는 처음이었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현재 37개 해역 중 고수온 해역은 서해와 남해, 제주의 14개에 이른다.
지난해 고수온에 따른 양식업 피해액은 1430억원으로, 집계를 시작한 2012년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양식어종 가운데 우럭 피해액이 583억원으로 가장 많았으며 광어는 99억원이다.
올해도 고수온으로 양식업에 큰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시우 국립수산과학원 연구사는 “광어의 적정 수온은 20∼25도이며 우럭은 이보다 낮은 12∼21도”라며 “한계 수온은 광어는 29도, 우럭은 28도인데 사육 환경, 개체 크기 등에 따라 다르다”고 설명했다.
폭염으로 배추 수급도 불안하다. 밥상 물가에 영향을 주는 품목인 배추는 서늘한 기후(18~20℃)에서 잘 자라는 호냉성 작물이다. 7월부터 출하되는 여름 배추는 해발 400m 이상의 고랭지에서만 재배할 수 있으며 폭우와 폭염에 매우 취약해 생산량 변동성이 크다.
정재환 농림축산식품부 원예산업과장은 “무름병이 발생하는 등 여름 배추 생육 상태가 좋지 않다”면서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출하량에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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