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 SSG 타선에 5점 내주고 강판 굴욕
김, 6이닝 2실점 호투로 한화 9-3 제압
프로야구 한화와 SSG의 2025 KBO리그 맞대결이 펼쳐진 지난 26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의 티켓 창구에는 오전부터 긴 줄이 이어졌다. 한낮 기온은 30도를 훌쩍 넘겼고, 체감온도는 40도에 육박했지만 야구팬들은 얼마 남지 않은 현장 판매분 티켓을 사기 위해 기꺼이 줄을 섰다. 일부 팬은 전날부터 밤을 지새우기도 했다.
팬들이 이런 수고를 기꺼이 감수한 이유는 딱 하나. 2000년대 KBO리그의 최고 투수이자 국가대표팀에서 좌완 ‘원투펀치’로 활약해온 한화 류현진과 SSG 김광현의 역사적인 첫 선발 맞대결 장면을 직접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류현진·김광현의 맞대결은 야구팬들만의 관심사는 아니었다. 야구계 모든 인사가 기대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경문 한화 감독은 경기 전 “30대 후반인 두 선수가 선발 로테이션 한 자리를 책임지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것 같다”고 했다. 이숭용 SSG 감독도 “야구인의 한 사람으로 두 친구가 전성기 시절 맞대결을 펼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고 거들었다. 타계한 최동원 전 감독과 과거 ‘불멸의 라이벌전’을 치렀던 선동열 전 국가대표 감독은 “두 선수는 내가 가보지 못한 메이저리그에서도 뛴 투수들이다. 나보다 훌륭한 대투수들”이라고 격려했다.
그러나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고 했던가. 1987년 5월16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펼쳐진 최동원·선동열의 맞대결 때와 달라도 너무 달랐다. 당시 최동원과 선동열은 연장 15회까지 각각 209구, 232구를 던지며 2-2 무승부를 기록했다. 당대 최고의 투수 자리를 두고 다투던 두 선수는 결국 우열을 가리지 못했지만 한국 프로야구사에 길이 남을 명승부로 팬들의 성원에 화답했다. 하지만 류현진과 김광현의 첫 맞대결은 싱겁게 끝났다. 류현진이 1회부터 아웃카운트 없이 4피안타 2볼넷으로 여섯 타자 연속 출루를 허용하며 5실점으로 처참하게 무너지면서다. 직구 최고구속이 시속 140㎞ 초반대에 그치고 전매특허인 송곳 제구마저 실종된 결과다. 김 감독이 컨디션 난조에 빠진 류현진을 2회부터 마운드에 세우지 않으면서 류현진과 김광현의 맞대결은 1이닝에 불과했다. 류현진은 KBO리그 선발 등판 경기 개인 최소 이닝 투구라는 ‘불명예’까지 남겼다.
라이벌의 예상치 못한 부진과 조기 강판 속에 김광현은 마운드에서 전력투구했다. SSG가 5-0으로 앞선 2회 1사에서 김태연에게 던진 3구째 몸쪽 직구는 시속 150㎞가 찍혔다. 지난해 4월10일 키움전 이후 472일 만에 던진 150㎞짜리 강속구였다. 5회까지 무실점으로 버틴 김광현은 6회 4연속 안타를 맞고 2점을 내주긴 했지만 6이닝 2실점 역투로 팀의 9-3 승리를 이끌었다. 김광현은 “현진이 형이 조기 강판하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좋지 않았다”며 “우리 두 명 모두 최고의 컨디션일 때 다시 한 번 선발 맞대결을 펼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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