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보다 10.5% 늘어난 10조3254억
수수료 등 비이자이익 7% 성장이 견인
금리 내리는데 이자이익 21조… 1.4%↑
가계대출 증가·예대금리차 확대 영향
KB, 신한과 격차 벌리며 ‘리딩금융’ 수성
李 ‘이자놀이’ 비판에 금융권 표정관리
대출 규제·상생금융 압박 등 예의주시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이 처음으로 10조원을 돌파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내수 부진, 시장금리 하락 속에서도 1년 전보다 이자이익이 소폭 증가했을뿐더러 수수료 등 비은행 수익도 성장하며 상반기 순이익을 끌어올렸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금융의 상반기 순이익은 총 10조3254억원으로, 작년 상반기(9조3456억원)보다 약 10.5%(9798억원)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KB금융은 2위인 신한금융과 격차를 벌리면서 ‘리딩금융’ 자리를 수성했다. 상반기 순이익은 3조4357억원으로 전년 동기(2조7744억원)보다 23.8%(6613억원) 늘었다. 신한금융은 순이익 3조374억원을 기록하며 작년 동기(2조7470억원)보다 10.6% 증가했다. 하나금융도 같은 기간 11.2%(2323억원) 증가한 2조301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3사 모두 반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이다.

우리금융은 1분기 역성장과 우리투자증권 출범에 따른 판매관리비 상승의 영향으로 상반기 순이익이 전년 대비 11.6%(2042억원) 감소한 1조5513억원으로 나타났다.
상반기 호실적은 주로 증권 중개·퇴직연금 수수료 등 비이자이익 상승에 기인했다. 4대 금융 비이자이익은 총 7조2122억원으로 1년 전보다 7.2%(4853억원) 증가했다. 금리 및 환율 하락으로 유가증권·파생손익 등이 개선된 점도 영향을 줬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진 기준금리 인하에도 4대 금융의 상반기 순이자이익은 전년보다 오히려 1.4%(2818억원) 늘어난 21조924억원을 기록했다. 금융권은 보통예금 증가를 원인으로 꼽고 있지만, 올해 상반기 꾸준한 가계대출 증가세와 예대금리차 확대가 주요 요인으로 지목된다. 앞서 5대 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 가계대출 잔액은 6월 한 달 동안 6조7536억원 급증하며 작년 8월(9조6259억원) 이후 10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의 정책금융 제외 예대금리차는 작년 말 연 0.98∼1.25%포인트에서 올해 5월 1.25∼1.45%포인트까지 확대됐다.
은행 이자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도 작년 말 대비 대체로 상승했다. 올해 2분기 신한금융(1.9%), 하나금융(1.73%) NIM은 작년 말보다 각각 0.04%포인트씩, 우리금융(1.71%)은 0.05%포인트 확대됐다. KB금융만 같은 기간 1.98%에서 1.96%로 줄었다.
역대급 실적에도 금융권은 표정 관리 중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4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손쉬운 주택담보대출 같은 ‘이자 놀이’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투자 확대에도 신경 써주시길 바란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여기에 고강도 대출규제로 금융권의 하반기 가계대출 총량 목표치가 절반까지 축소될 전망이고, 추가 기준금리 인하도 예상된다.
금융권은 정부의 상생 금융 압박으로 대규모 재원 부담을 떠안아야 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하반기 가계대출 확대가 어려워진 만큼 금융권은 비이자이익 확대와 신사업 투자 강화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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