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라벨링 분야 판정 이어 콜센터 업종도 인정

A씨처럼 업무 교육이 사실상 직무교육에 해당할 때는 부당해고가 성립된다는 판정이 나왔다. 과거 교육생은 근로자로 보지 않는다고 규정한 고용노동부의 행정해석에 제동을 거는 판정이 속속 늘고 있다.
노동계에 따르면 전남지방노동위원회는 지난달 하나카드 콜센터 용역업체 윌앤비전을 상대로 B씨가 제기한 부당해고 구제신청에서 B씨 손을 들어줬다. B씨는 윌앤비전에 합격한 뒤 1월21일부터 2월14일까지 업무 교육을 받았다. 교육 마지막 날 사측은 기준 점수가 미달했다며 B씨에게 구두로 해고를 통보했다. B씨는 “근로를 제공했고 이에 준하는 업무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시용 근로관계가 성립한다”며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했다.
전남 지노위는 사용자의 구체적인 지휘·감독 아래 종속적으로 근로 제공이 있었다고 봤다. 따라서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에 시용 근로관계가 성립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사측은 “업무 교육은 채용 절차 중 하나”라고 주장했으나 이 같은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전남 지노위의 판정은 그동안 교육생을 근로자로 인정하지 않은 고용부의 행정해석을 뒤집은 것이다. 당시 고용부는 행정해석에서 ‘교육이 채용에 필요한 업무 적응능력이나 적격성 여부 판단 등을 목적으로 교육의 수료 실적에 따라 채용 여부를 결정하는 등 임의성을 띤 경우,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행정해석을 근거로 교육생을 쉽게 해고하는 사례들이 많았다.
이번 판정은 콜센터 교육생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본 첫 판정이다. 앞서 지난해 12월에는 데이터라벨링 서비스 업체에서 교육생의 부당해고 구제신청이 인정됐다. 당시 중앙노동위원회는 서울 지노위의 초심 판정을 유지했다. 서울 지노위는 “‘교육 기간이 근로 계약 기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확인서는 시용기간 중인 근로자에 대해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에 있는 사용자가 자기 의사대로 정할 여지가 큰 사항으로, 이 규정만으로 시용근로관계를 부정할 수 없다”고 명시했다.
하은성 샛별 노무사사무소 노무사는 “전남 지노위 판정은 그동안 교육생의 근로자성을 인정한 법리들을 수용하면서도, 교육생이 어떠한 내용의 교육을 받는지, 그리고 교육의 내용 중 단순한 채용 절차로 볼 수 없는 요소가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판단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오민규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연구실장은 “교육생의 근로기준법 사각지대는 원하청 구조에서 발생한 것”이라며 “하청업체와 노동자와의 법률 분쟁을 넘어, 원청의 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실무 교육 책임을 원청이 지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노조법 제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이 교육생 문제 해결을 위해서도 통과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국민의힘 김주영 의원도 “이번 판정은 콜센터 직군 교육생의 근로자성을 인정한 최초 사례로 그간 교육생 제도로 포장해 노동자성을 부정한 업계 관행을 바로잡은 의미 있는 결과”라며 “고용부 행정해석 변경 등 정부 차원의 제도 개선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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