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대 뒤로하고 협력의 시대 열자
후대에 미래 떠넘기지 말아야…
남북 연락 채널 신속히 복구해야”
정동영 신임 통일부 장관이 25일 취임 일성으로 “다시 화해와 협력의 시대를 열어가자”는 대북 메시지를 발신했다. 구체적으로 김소월 시인의 시집 ‘진달래꽃’의 출간 100년을 맞는 올해 12월 남북 공동 기념행사를 열 수 있으면 좋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 장관은 이날 서울 종로구 정부종합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통해 “북한의 책임 있는 당국자들에게 제안한다”며 “이제 강대강의 시간을 끝내자. 선대선의 시간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지난 2021년 김정은 위원장은 대남·대미관계와 관련해서 강대강, 선대선의 원칙을 천명했다”면서 최근의 대북·대남 확성기 방송 상호 중단 등을 선대선의 조치로 언급했다. 정 장관은 “서로 군사적 긴장 완화를 위해서 노력하다 보면 다시 머리를 맞대고 대화를 시작할 날도 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일체의 대화가 중단된 6년은 남과 북 모두에게 피해와 후퇴를 안겨준 어리석은 시간이었다”며 “남과 북은 서로 상대방의 체제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바탕 위에서 평화공존의 시대를 새롭게 열어가야 한다”고 했다. 정 장관은 “이것은 5000년 역사의 명령이고 현재의 의지이고 미래를 후대들에게 떠넘기지 않아야 할 도리”라고 강조했다.
정 장관은 그러면서 “올해 12월 26일은 시인 김소월이 진달래꽃을 펴낸 지 꼭 100년이 되는 날”이라며 “이런 경사를 남과 북이 함께 누려야 되지 않겠나. 진달래꽃 100년 공동행사를 같이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은 일이겠나”라고 말했다. 통일부 장관에 취임하자마자 전향적인 대북 메시지를 내며 관계 개선 의지를 밝힌 것이다.
정 장관은 이날 이재명 대통령의 임명안 재가 직후 판문점을 찾기도 했다. 정 장관은 취임사에서 “오늘 첫 일정으로, 판문점을 다녀왔다. 대답이 없는 남북 직통 전화를, 전화기를 들고 벨을 길게 세 차례 눌렀다”며 “선이 끊어진 것인지 벨이 울려도 받지 않는 것인지, 전화는 먹통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는 ‘정책의 대전환’을 통해서 실종된 평화를 회복하고 무너진 남북관계를 일으켜 세워야 한다”며 “남북 간 끊어진 연락 채널을 신속히 복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장관은 “정책 대전환을 힘있게 추진해 나가기 위해서는 축소되고 왜곡된 통일부 조직의 정상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윤석열정부에서 축소된 교류협력국과 남북회담본부 조직을 복원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남북관계에 대한 국민 의견을 모으기 위해 사회적 대화 기구를 출범하고 국회와의 초당적 협력 방안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정 장관은 “기회가 주어진다면 ‘한반도평화특사’의 역할도 적극 해 나갈 것”이라며 “통일부의 역할을 국제무대까지 능동적으로 확대하여, 한반도 평화체제의 문을 함께 열어나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통일부 명칭 변경 문제와 관련해서는 우선순위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정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취임식 전 취재진과 만나 통일부 명칭 변경 문제와 관련해 “무엇이든 우선순위가 있는데 우선순위는 아니다”라고 했다. 여권에서 검토되고 있는 북한이탈주민 업무를 행정안전부 등으로 이관하는 문제에 대해선 자신의 생각이라면서도 “탈북민에 대한 정부의 서비스도, 탈북민의 입장에서 봐야 한다. 앞으로 논의해가겠다”고 말했다.
10월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북·미 정상 만남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일각의 기대에 정 장관은 “너무 촉박하다”며 “우선 대화부터 시동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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