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송도의 한 아파트에서 자신의 30대 아들을 사제 총기로 살해한 조모(62)씨가 지난해 8월부터 범행을 준비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조씨가 이 같이 계획적 범행을 벌이게 된 동기에 대해서는 여전히 미지수다. 조씨는 경제적 지원이 끊긴 것을 범행 이유로 들고 있지만 유족들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26일 경찰에 따르면 조씨는 총기 제작에 활용한 파이프 등 부품을 지난해 8월 인터넷을 통해 구입한 것으로 파악됐다. 1년 가까이 자신의 생일날을 노려 이번 범행을 준비한 것이다. 조씨는 과거 총기 관련 직업에 종사한 적도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유튜브를 통해 파악한 정보로 총기를 만들고 자신의 서울 도봉구 자택에는 폭발물을 제조해 설치했다. 경찰은 조씨의 휴대전화인 아이폰과 비밀번호를 확보해 디지털 포렌식 등 통해 총기 부품 구매 시점 등을 확인했다.
범행 당일에도 치밀한 모습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조씨는 지난 20일 생일잔치를 열어준다는 아들 내외의 송도 아파트에 방문해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편의점에 다녀오겠다”고 총기를 가지러 갔다. 조씨는 총기를 가지러 간 30~40분간 차에 머물렀는데 이에 대해 그는 경찰조사에서 “내면의 갈등을 겪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파트로 돌아온 조씨는 아들의 복부에 총을 2발 쐈다. 이 자리에 함께 있던 며느리와 손주 2명은 방안으로 피해 들어가 변을 피했고 총 소리를 듣고 뛰쳐나간 가정교사 1명을 보고 현관문에 총을 1발 더 발사하기도 했다. 경찰은 조씨가 다른 가족들도 살해하려고 했다는 점에서 살인 미수 혐의를 추가 적용할 방침이다.
며느리가 경찰에 신고하자 조씨는 도주했다. 며느리가 경찰에 신고한 시각은 20일 오후 9시31분으로 조씨는 10분 뒤인 41분 1층 로비를 빠져나간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이 현장에 출동한 시각도 오후 9시41분으로 경찰은 외부로 뛰쳐나온 주민들과 섞인 조씨를 놓친 것으로 보인다. 경찰 특공대는 오후 10시16분쯤 현장에 도착했다. 조씨는 인근에 주차한 렌터카를 타고 도주할 때도 계획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 시각 도봉구 조씨 자택에는 타이머와 점화장치 등이 달린 폭발물이 설치돼 있었다.

조씨는 범행 동기로 경제적 이유를 들고 있다. 그는 프로파일러 조사 과정에서 3~4년 무직상태였고 이혼한 전처와 아들 회사에 직원으로 이름을 올려 월 300만원가량 급여를 받았는데 지난해부터 지급이 끊겼다고 진술했다. 가족들이 등을 돌렸고 배신감에 범행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반면 유족들은 이 같은 주장이 이해가 안 간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조씨가 전처로부터 생활비를 받았고 아들도 지원했다”고 진술했다. 생일잔치를 열어줄 정도로 가정불화도 없었다고 했다. 조씨는 성공한 사업가인 전처와 지속적으로 연락을 하고 지냈으며 도봉구 자택도 전처 명의로 된 곳이었다. 일부 전문가들은 전처에 대한 복수심에 아들을 살해했다는 분석도 내놨으나 유족 측은 입장문을 통해 “피의자(조씨)와 같이 살아본 경험으로 피의자는 열등감과 자격지심이 없는 사람”이라며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 충만했다”고 반박했다.
경찰은 범행 동기를 명확히 하기 위해 조씨의 휴대전화 분석과 금융계좌 등을 살펴볼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추가적인 범행 동기가 있는 것으로 의심하고 수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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