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내 갈등·의료교육의 질 하락 우려
이미 복귀한 학생 피해 없도록 해야
정부가 그동안 버텨온 유급대상 의대생에게 사실상 백기 투항을 했다. 교육부는 어제 의대 증원 정책에 대한 반발로 수업을 거부해 유급 대상이 된 의대생 8000여명에게 학칙 변경을 통한 2학기 복귀를 허용하기로 했다. 또 2학기에 복귀하는 본과 3·4학년생은 의사 국가시험(국시)을 치를 수 있도록 추가 시험도 시행하기로 했다. 이는 의대가 있는 전국 40개 대학 총장 모임인 의총협(의과대학 선진화를 위한 총장협의회)의 입장을 수용한 것이다. 의총협은 전국 의대 학장들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와 논의 후 1학기 수업에 복귀하지 않아 유급대상이 된 의대생의 2학기 수업 복귀를 허용하자는 의견문을 정부에 전달했다.

정부가 대학 당국의 건의를 수용하는 형식이지만 결국 특혜를 용인한 것이다. 현재 다수 의대가 1년 단위로 학사 일정을 편성하는 학년제로 운영된다. 학칙대로라면 유급 후 2학기 복귀는 불가능하고 내년까지 기다려야 한다. 의총협은 교육부와의 협의를 통해 학칙을 학년 단위에서 학기 단위로 변경해 유급 학생이 2학기부터 수업을 받을 수 있도록 허용할 계획이다. 이럴 경우 일부 학생은 6년인 의대 과정을 5.5학년 이수 후 졸업하는 사례도 발생하게 됐다. 정부는 “해당 결손 부분은 방학 등을 이용해 충분히 교육받을 수 있기 때문에 학사 유연화라고 정의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얼마나 많은 국민이 공감할지 의문이다.
지난 5월 기준 의대생 1만9475명 중 8350명(42.8%)이 유급 대상자여서 2학기 복귀생 숫자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의 구제 조치는 이미 학업에 복귀한 다른 의대생이나, 의대생이 아닌 다른 유급 학생과의 형평성 논란을 피할 수 없다. 특히 24·25학번 동시 수업이 현실화해 교육의 질 하락, 국시 추가 허용으로 의료 인력 육성시스템에 대한 국민의 신뢰 저하가 우려된다. 무엇보다 2학기 추가 복귀생들이 개선장군처럼 돌아올 경우 기복귀생이나 스승과의 극심한 갈등이 예상된다는 점이다. 본과 1·2학년생의 경우 다수 과목을 같이 듣게 된다. 각 대학이 추가 복귀생에게서 서약서를 받는다고 하지만 암암리에 발생할 마찰을 차단할 수 있을지 우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기복귀생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대학 측과 협의해 철저한 보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추가 복귀생이 기복귀생에게 위해를 가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더 이상의 관용 없이 학칙이나 관련 법규에 따라 엄정히 처리해야 한다. 또한 일방적 의대 증원으로 발생한 이번 사태의 전 과정을 다시 살펴 문제점을 확인하고 책임을 규명해야 한다. 이르면 8월부터 복귀하는 의대생들은 특혜를 받은 만큼 각별히 면학에 힘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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