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진의 부주의한 처치로 신생아가 뇌 손상을 입고 평생 장애를 안게 된 사건과 관련해, 병원 측이 16억 원을 배상하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울산지방법원 민사12부(재판장 이연진)는 A양의 부모가 울산의 한 병원 의료재단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리며 이같이 결정했다.
사건은 2022년 4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생후 며칠 되지 않은 A양이 황달 증세로 울산 B병원 소아청소년과에 입원했다. 이후 간호사가 A양에게 분유 20cc를 먹인 지 30분 만에 정맥주사를 놓았고, 이내 A양에게 산소 부족으로 인한 청색증이 나타났다.
의료진은 구강흡입, 심장마사지, 인공호흡 등의 응급조치를 시행하고 교감신경 자극제를 투여했지만, A양의 산소포화도는 60~70% 수준에 머물렀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병원 측은 청색증 발생 1시간 30분이 지나서야 보호자에게 상황을 알리고, 뒤늦게 다른 대형병원으로 전원 조치를 결정했다.
다행히 전원된 병원에서 1시간가량 치료를 받은 뒤 A양의 산소포화도는 100%로 회복됐지만, 이미 뇌에 손상이 발생한 상태였다. 이후 A양은 ‘신생아 저산소성 허혈성 뇌병증’ 진단을 받았고, 현재 세 살이 된 A양은 보행·인지·발달장애를 앓고 있다.
A양의 부모는 B병원 의료진의 명백한 과실로 아이가 장애를 입게 됐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재판부는 의료진의 잘못을 일부 인정했다.
재판부는 “신생아는 식도가 짧고 연하기능이 약하기 때문에 수유 후 충분한 시간이 지난 뒤에야 정맥주사를 놓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30분 만에 주사를 놓은 것은 명백한 과실”이라고 판단했다. 또한, 응급 상황이 아닌데도 정맥주사를 서둘러 시행하고, 전원 결정까지 지나치게 지체한 점도 과실로 봤다.
아울러 환자 상태나 치료 과정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없었던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다만, A양이 선천적인 심장병을 갖고 있었고, 이것이 일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병원 측 책임을 80%로 제한했다.
법원은 “병원 측은 진료 계약상 채무불이행 책임을 지며, 이에 따른 생계비, 치료비 등을 포함해 약 16억 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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