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방 조치 후 아전인수 해석 지적
정부가 국가정보원이 최근 대북 라디오·TV 방송 송출을 중단한 것에 대해 북한이 지난해 1월 대남방송을 중단한 데 따른 결정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북한이 통일, 민족 개념을 삭제한 ‘적대적 2국가론’에 따라 취한 대남방송 중단 조치를 이재명정부가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해 대북 방송을 중단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23일 기자들과 만나 국정원의 대북 방송 중단을 두고 “북한이 선제 조치를 취해서 우리도 조치한 것”이라며 “상대가 (대남방송을) 재개하면 대응하겠지만, 우리가 먼저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이 ‘통일의 메아리’ 등 체제 선전 목적의 대남 라디오 방송을 중단한 것은 지난해 1월부터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23년 12월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한 직후다. 북한의 대남방송 중단은 긴장 완화 등 남북관계 개선 목적이 아닌 대남 무시 전략 차원으로 해석되고 있다.
정부가 이를 북한의 선제조치로 여기며 1970년대부터 진보·보수 정부를 가리지 않고 이어져 온 국정원의 대북 방송을 중단한 것은 지나친 유화책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북한학)는 “북한은 한국과는 어떤 형태로든지 관계를 맺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인데, ‘북한이 선의로 중단했으니 우리도 하지 않겠다’는 설명은 아예 논리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 고위관계자는 또 “지난 22일 오후 10시를 기해 북한에서 송출하는 방해전파 10개의 주파수가 중단됐고 이제 2∼3개가 남았다”며 “북한의 이 같은 조치는 예상하지 못했다. 북한이 상응 조치한 것으로 상대도 우리를 예민하게 주시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이 역시 무리한 해석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정원이 방송을 중단한 이상 북한 입장에선 대북 방송의 국내 유입을 막기 위한 방해전파를 전력과 인력 등을 들여가며 굳이 송출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국정원은 이종석 국정원장 취임 이후 이달 들어 ‘인민의 소리’, ‘희망의 메아리’, ‘자유코리아방송’ 등 직접 운영해 온 대북 라디오·TV 방송 송출을 멈춘 것으로 전해졌다. 주로 한국 음악이나 국내외 뉴스 등 외부 정보를 북한 주민들에게 알리는 내용이었다.
다만 정부도 북한이 당장 대화에 응하리라고 기대하지는 않고 있다. 이 고위관계자는 “북한이 담은 쌓고 있지만, 대화에 응할 가능성은 있다고 판단한다”면서도 “그러나, 쉽게 대화에 나오지는 않을 것이고 당장은 아닐 것이다. (정부도 남북 대화를) 급하게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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