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윤철 공항서 일방 통보받아
귀국 위성락, 루비오와 유선 협의
“대미 협상 막바지 중대 국면”
정부 관세협상 전략 차질 우려
25일(현지시간)로 예정됐던 한·미 재무·통상 수장 간 2+2 통상 협의가 미국의 일방적 통보로 기약 없이 연기됐다. 미국 측은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의 “긴급한 일정”을 이유로 들었지만 8월1일 상호 관세 부과를 불과 1주일 앞두고 갑작스럽게 협상 일정이 변경되면서 기한 내 협상에 비상등이 켜진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기획재정부는 24일 오전 언론 공지를 통해 “미국과의 ‘2+2 협상’을 베선트 장관의 긴급한 일정으로 인해 개최하지 못하게 됐다”고 밝혔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이날 오전 인천공항에서 출국 수속 절차를 밟던 도중 관련 소식을 접하고 출국을 취소했다. 2+2 통상 협의에는 우리 측에서 구 부총리와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베선트 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참석할 예정이었다. 여 본부장은 22일 워싱턴에 이미 도착해 있다.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미국 측은 미안함을 전했지만 베선트 장관의 구체적인 사정이 무엇인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기재부는 “미국 측은 조속한 시일 내 (2+2 회의를) 개최하자고 제의했고, 한·미 양측은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일정을 잡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회의 취소와 관련, “베선트 장관의 급한 사정 때문”이라며 “한국과의 협상과 관련한 다른 내포된 의미가 있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베선트 장관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25∼29일 스코틀랜드 방문에 동행할 가능성도 일각에선 거론된다.
다만 정부가 전한 미국 측 해명대로 단순한 일정 조율 문제라고 하더라도 협상 이틀 앞 벌어진 취소 통보는 한국의 협상 전략에 차질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 이미 상대국의 고위급 대표가 공항으로 향한 시점에 일방적으로 취소하는 것은 외교 결례라는 지적도 나온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24일 방미 일정을 마치고 인천국제공항으로 귀국한 뒤 기자들과 만나 “한·미 간 협상이 막바지에, 꽤 중요한 국면에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일 비공개로 급거 방미한 위 실장은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겸 국가안보보좌관, 앤디 베이커 국가안보부보좌관 겸 부통령 국가안보보좌관,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및 그리어 USTR 대표 등과 협의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이재명 대통령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만찬 회동을 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어 지난 21일에는 한화그룹 김동관 부회장과, 22일에는 SK그룹 최태원 회장과도 회동했다. 한국 기업들의 대미 투자전략 등에 대한 논의 등이 있었을 것으로 관측된다.
관세 협상 시한 직전 한·미 외교장관회담은 성사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외교당국에 따르면 한·미는 조현 외교부 장관의 방미 계획을 조율하고 있으며, 다음주 워싱턴에서 루비오 국무장관과 만나 양자회담을 개최하는 방안에 의견을 모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미 간 최대 현안인 관세협상과 동맹 현대화 등 안보 관련 협의가 맞물려 돌아가고 있는 만큼 양국 외교장관이 막바지 점검을 하는 기회로 삼을 것으로 분석된다. 한·미 정상회담 개최 관련 논의도 진행될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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