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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숙의이매진] 우리가 책을 읽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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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7-24 22:52:01 수정 : 2025-07-24 22:5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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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클래식을 대하는 기분으로 읽는 책들이 있는데 그중에 ‘나니아 연대기’를 쓴 C S 루이스의 책이 몇 권 있다. C S 루이스는 1898년 아일랜드에서 태어난 소설가이자 케임브리지대학교에서 르네상스 문학을 강의한 교수였다. 그는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지친 영국 국민을 위로하기 위해 BBC에서 기획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믿음에 관해 강연하면서부터 유명해졌다. 그는 평생 학생들을 가르치고 강연하고 글을 썼는데 그의 삶의 다른 면모를 볼 수 있는 자료가 1993년에 발표된 영화 ‘섀도우랜드(Shadowlands)’이다. 이 영화는 C S 루이스의 삶을 소재로 하고 있고 앤서니 홉킨스와 데브라 윙어가 출연했다.

사람들은 C S 루이스를 그냥 편히 ‘잭’이라 부르는데 독신으로 형과 함께 살던 그는 어느 날 미국에서 온 여성 시인 ‘조이’와 교류하게 된다. 두 사람은 문학에 관한 깊은 안목으로 영혼의 교감을 통해 곧 결혼하지만 조이의 건강상태가 심각해진다. 조이는 임종을 앞둔 상태에서 잭에게 말한다. “지금 이렇게 고통스러운 것은 우리가 행복했던 시간의 대가”라며 이제 쉬고 싶다고 말한다. 조이와의 이별을 매우 잔인한 경험이었다고 한 C S 루이스는 이 경험을 ‘헤아려 본 슬픔’이란 책에 일기 형식으로 썼다.

사실 이 영화에서 흥미로웠던 점이 또 하나 있는데 잭의 제자 중의 한 명인 ‘휘슬러’와의 교감이다. 휘슬러는 어느 날 책을 훔치다 잭에게 들키게 되는데 휘슬러는 새 책을 읽기 시작할 때마다 가슴이 뛴다는 고백을 하며 아버지가 들려주었다는 말을 잭에게 한다. “우리는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기 위해 책을 읽는다.” 잭은 휘슬러에게 학비도 빌려주었는데 휘슬러가 나중에 어떻게 되었는지는 잘 알 수 없다. 어디에 살든, 어느 시대에 살든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큰 위로가 된다. 어쩌면 이 글은 책을 구입하는 비용을 아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꾸만 책을 사게 되는 나 자신에 대한 위로의 메시지인지도 모른다.


강영숙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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