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관악구에서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취득한 직장인 김모(38) 씨는 지난해 회사를 그만두고 부동산 사무소를 차렸다. 1년 넘게 주말도 반납하며 시험 준비를 한 끝에 어렵게 딴 자격증이었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김씨는 “처음엔 2년만 고생하면 자리 잡겠지 싶었어요. 그런데 한 달에 계약 한 건도 힘들고, 사무실 월세와 각종 비용만 나가요”라고 토로했다.
김씨는 지난달 결국 사무실을 정리하고, 중고거래 앱에 사무집기와 간판을 내놨다. 버틴 시간이 반년을 넘기면서, 권리금은커녕 ‘나오는 데 돈 드는 구조’라는 말이 실감났다고 털어놨다.
지난달 전국에서 새롭게 문을 연 공인중개사 사무소 수가 사상 처음으로 월 기준 700명 아래로 떨어졌다. 이 수치는 한국공인중개사협회가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15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24일 협회에 따르면 6월 한 달 동안 새로 개업한 중개사는 699명. 같은 기간 문을 닫은 중개사는 941명, 영업을 잠시 멈춘 휴업 중개사는 98명에 달했다.
문 닫는 곳이 새로 여는 곳보다 많은 ‘역전 현상’은 벌써 2년 4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현재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가진 사람은 55만 명에 육박하지만, 실제로 사무실을 운영 중인 개업 중개사는 11만951명에 불과하다. 자격증을 따더라도 5명 중 4명은 사무실을 내지 못하거나 접은 셈이다.
올해 상반기 전국 기준 신규 개업자는 5027명, 반면 폐업(5715명)과 휴업(665명)을 합치면 6380명으로, 이 역시 마이너스다.
특히 올해 2월부터 6월까지는 5개월 연속 휴·폐업자 수가 매달 1000 명을 넘었다.
한 협회 관계자는 “휴업 상태로 버티다가 결국 권리금도 포기하고 폐업으로 돌아서는 중개사들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지방 부동산 시장 침체는 길어지고, 수도권에선 정부의 6·27 대출 규제로 주택 거래가 더 움츠러든 상황. 거래 없는 시장에서 중개사들의 생존도 벼랑 끝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대규모 공급이나 거래 활성화 대책 없이 분위기를 반전시키긴 어려울 것”이라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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