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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호의플랫폼정부] 정부개혁, 지방정부를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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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7-23 22:48:28 수정 : 2025-07-23 22:4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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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 진정한 가치는 책임질 수 있는 역량
실천적 행정력 발현 위한 지방정부 개혁 필요

새 정부가 들어서면 어떤 형태로 든 정부 개혁을 추진하는 데 이재명정부는 국정기획위원회를 통해 구체화하고 있다. 역대 정부들도 주기적이며 빈번하게 조직개편을 포함한 정부 개혁을 추진하였으며 집권층이나 공직사회에서는 어느 순간부터 정부 개혁을 당연한 과정으로 인식하는 듯하다.

간헐적으로 보도되는 정부 개혁에 대한 논의 가운데 아쉬운 점은 지방정부에 대한 부분을 가볍게 다루는 듯한 인상이다. 지방정부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중앙정부의 기능과 재정 권한을 대폭 위임하겠다는 정치권의 선언적 말뿐이다. 현실을 보면 과연 그 정도로 지방정부가 확 바뀔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급변하는 환경 변화 속에서 국가 난제를 중앙정부가 알아서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은 실효성이 떨어지며 믿음이 가지 않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다. 오히려 총체적 국가 역량의 동원과 대응 능력이 필요하며, 그 핵심에 지방정부와 실질적이며 긴밀한 협력이 자리 잡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비대해지는 것은 중앙정부이고 현장에서의 국민 삶은 그다지 나아질 것 같지 않다. 결국 중앙과 지방정부 간 실질적인 협력이 작동하려면 중앙정부 개혁 못지않게 지방정부의 근본적인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

1년 반에 걸친 감사원의 2023 세계 스카우트 잼보리에 대한 감사 결과에 따르면 한마디로 시작부터 끝까지 총체적으로 부실한 행사였다. 부실한 부지 선정, 일부 허위로 드러난 개최계획서, 조직운영위원회의 비효율적 예산 집행, 전문성 부족과 입찰 비리 등 무능과 부실 행정의 집합이었다. 이러한 문제들은 중앙과 지방정부의 협업 및 관리 체계 미비 등과 같은 시스템 오류와 사람의 문제, 즉 (지방)공무원의 역량 부족이 본질적인 원인으로 지목된다.

지방행정의 허술함은 단순한 행정착오 수준을 넘어 거대한 국제행사조차 제대로 치르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 현재 지방자치제도는 이미 30년을 넘겼지만 인재 양성과 관리 시스템은 여전히 중앙집권적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국제행사와 같은 복합적인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운영할 전문성과 경험을 갖춘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현실이다.

중앙정부는 매번 지방자치 강화를 외치지만 진정한 자치는 책임질 수 있는 역량을 전제로 해야 한다. 지방정부의 재정·행정역량을 강화하는 것은 필요하나 강화된 권한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내부 준비와 외부 견제(시민사회의 활성화, 적극적인 시민참여 등)를 통한 시스템 정비가 시급하다. 특히 지방정부의 내부역량 강화의 본질은 공무원 역량이며 지방공무원의 전문성과 리더십을 키우기 위한 전면적인 인사제도 개선과 실질적인 교육·훈련을 강화해야 한다.

지방 소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행정 광역화 등 다양한 방법이 논의되고 있지만 핵심은 그런 대안들을 효율적으로 기획하고 추진할 수 있는 지방정부의 역량이다. 지방정부의 역량 강화는 한두 군데 손대서 될 일이 아니고 긴 호흡으로 종합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책임과 권한의 균형, 정치적 리더십의 변화, 시민과의 협력 강화, 행정 문화 개선 등이 정권을 넘어 체계적이며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지방 소멸 우려가 현실이 되지 않으려면 상상력과 실행력을 갖춘 지방정부의 역량 확충에 눈을 돌려야 하며,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한 정부 개혁이 외눈박이가 되어 퇴색되지 않기를 바란다.

 

오철호 숭실대 교수·행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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