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벽 붕괴’ 오산시청·현대건설 압색 [전국 폭우 피해]

경찰 ‘李대통령 추궁’ 나흘 만에
市 관리 부실 여부 등 강제수사

경기 오산시 가장교차로 고가도로의 옹벽 붕괴로 40대 운전자 1명이 숨진 사고와 관련해 경찰이 22일 오산시청과 현대건설 등을 압수수색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8일 열린 긴급 점검회의에서 이권재 오산시장을 상대로 주민 신고가 있었음에도 도로를 전면 통제하지 않은 경위를 세세히 물은 뒤 나흘 만에 이뤄진 강제수사이다. 경찰은 오산시가 옹벽 관리에 책임을 다했는지와 시공사의 부실시공 여부, 보수업체의 적절한 보수 이행 등을 따져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6일 경기 오산시 가장교차로 고가도로 옹벽이 무너져 소방관들이 매몰된 차량 구조작업을 하고 있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제공

경기남부경찰청 수사전담팀은 이날 오전 오산시청과 옹벽 시공사인 현대건설 본사, 감리업체인 국토교통부 산하 국토안전관리원의 3곳에 수사관들을 보내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당초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 도로 보수업체는 주소 이전 등의 문제로 대상에서 제외됐다.

경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붕괴한 도로와 옹벽의 설계부터 시공, 유지·보수작업에 관한 서류와 전자정보들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료들을 통해 공사 단계에서 문제가 없었는지, 매뉴얼에 맞게 정비가 이뤄졌는지, 사고 위험이 사전에 감지됐는지 등을 살펴볼 계획이다.

경찰은 사고 직전 도로 통제 등의 안전관리가 제대로 됐는지 확인하기 위해 당시 오산시와 경찰, 소방당국 관계자 다수가 참여했던 단체 대화방의 대화 내역도 입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토대로 사고 전·후 상황을 재구성해 교통 통제 지점을 정하고, 통행을 제한한 과정 전반이 적절했는지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앞서 지난 16일 오후 7시4분쯤 오산시 가장동 가장교차로 수원 방향 고가도로의 10m 높이 옹벽이 무너지며 아래 도로를 지나던 승용차를 덮쳐 운전자가 숨졌다. 사고 원인과 관련해 오산시의 미흡한 대응과 옹벽 공사업체의 부실시공 가능성, 시우량 39.5㎜의 폭우 등이 함께 거론되고 있다.

특히 사고 하루 전날 안전 신문고 앱을 통해 오산시 도로교통과에 ‘고가도로 오산~세교 방향 2차로 중 오른쪽 부분 지반이 침하하고 있다’는 민원이 접수됐으나 적절한 대응이 이뤄지지 않았고, 교통통제 권한을 두고는 경찰과 오산시가 서로 책임을 미루고 있다.

오산=오상도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