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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끊기고 쌓인 토사에 복구 더뎌… 실종자 수색도 난항 [전국 할퀸 물폭탄]

입력 : 2025-07-21 18:00:00 수정 : 2025-07-22 06:55:37
가평·당진·산청=송동근·김정모·강승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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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해현장 복구 안간힘

피해 큰 산청에 인력·장비 투입
진입 등 어려워 8%만 응급 복구
드론·헬기 동원 실종자 수색 총력
현재까지 국가유산 피해도 14건
행안부, 경남 등 재난특교세 55억

광주서 폭우에 다리 낀 70대 노인
車공업사 대표·직원이 구조 화제
“도로가 거의 잠기고 다리도 무너진 데가 많아요. 물이 빠지면서 길이 조금씩 뚫렸지만 동네가 여전히 진흙투성이고 전기·통신도 끊겨 너무 불편해요.”
중장비 동원 정비 21일 경기 가평군 상면에서 재난 당국 관계자들이 포클레인 등 중장비를 동원해 침수된 마을 진입로를 정비하고 있다. 가평에선 20일 새벽 시간당 80㎜의 폭우가 쏟아졌다. 가평=남정탁 기자

최근 내린 괴물호우에 쑥대밭이 된 경기 가평군 조종면 일대. 폭우가 잦아든 21일 오전에도 이곳은 수해 복구가 더디게 진행되며 여전히 멈춰선 듯한 모습이었다. 수해 현장에는 여전히 수마가 할퀴고 간 어젯밤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았다.

 

갑자기 큰 피해를 본 대보리 마을은 중장비가 투입돼 차량 통행이 간신히 가능한 정도로 도로가 복구됐다. 하지만 길가에는 여전히 진흙더미와 쓰러진 나무, 토사물이 곳곳에 쌓여 있었다. 침수된 민가와 펜션 등 건물 내부는 복구작업조차 시작되지 못한 채 방치된 상태였고 파손된 차량 역시 그대로 남아 있었다. 마을 경로당 안에는 흙탕물이 그대로 굳어 진흙이 층층이 쌓여 있었다. 대보리 주민 김모(70)씨는 “전기도 끊기고 물도 나오지 않아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있다”며 “복구작업이 안 돼 마을은 지금도 아수라장”이라고 불만을 터트렸다.

 

전례 없는 극한호우로 산사태까지 겹쳐 10명이 사망한 경남 산청군에서는 실종자(4명) 수색과 복구 작업이 진행 중이지만 도로 곳곳이 끊긴 데다 높게 쌓인 토사와 부유물, 폭염·소나기 등으로 현장 진입마저 이뤄지지 않는 등 난항을 겪고 있다. 재난 당국은 인력 1260명과 장비 186대를 투입해 피해 시설의 8%만 응급복구한 상태다. 산청군 신안면의 양차식(72) 이장은 “지금은 딸기 모종을 준비하고 8월부터 딸기를 심어야 하는데 수해 때문에 비닐하우스가 완전히 망가져 작업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동원할 수 있는 인력을 모두 투입해 수색작업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여건상 어려움이 있지만 하루빨리 실종자들을 모두 찾았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고 전했다.

폭우로 휩쓸려간 실종자를 찾는 데 드론과 헬기 등 구조장비가 총동원됐다. 전남 순천 동천에서는 폭우로 불어난 물에 휩쓸려간 70대 실종자에 대한 수색작업이 사흘째 이뤄지고 있다. 경찰 역시 실종자가 많은 산청과 가평에서 기동순찰대와 특공대, 경찰 헬기, 드론까지 활용해 실종자 수색활동을 벌이고 있다.

 

지난 닷새 동안 500㎜가 넘는 물폭탄이 쏟아져 도당천이 범람한 충남 서산시 음암면 유계리 마을에서는 집 안까지 물이 들어차 거실이며 안방이며 모두 난장판이 됐다. 마을 주민 신효수(65)씨는 “폭염이 시작된 이제부터가 더 문제라며 다 썩어버려 악취를 풍기는 농작물을 치우고 다시 새 작물을 심을 엄두가 안 난다”고 하소연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당진천이 범람해 침수된 당진어시장·전통시장 현장은 더 참담했다. 생선을 파는 어물전과 식당은 어느 한 곳도 온전한 곳 없이 쑥대밭이 됐다. 농약종묘사를 운영하는 김춘재(59)씨는 “저지대인 이곳의 치수가 잘못돼 큰비만 왔다 하면 수해가 발생하고 있다”며 “물에 잠긴 콘센트는 감전이나 합선 위험에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데, 워낙 피해가 커서 언제 복구가 이뤄질지 앞이 캄캄하다”고 말했다.

 

전국을 강타한 기록적인 폭우로 국가유산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국가유산청은 이날 오전 11시 기준 호우 관련 국가유산 피해가 14건 확인됐다고 밝혔다. 경기 남양주 광릉에서는 전나무와 소나무 등 4그루가 넘어졌고, 유적관리동과 역사문화관, 관람객 화장실, 주차장 등이 침수됐다. 서울 태릉과 강릉, 정릉, 남양주 홍릉·유릉 등에서도 나무가 부러지거나 쓰러졌다. 지난 사흘간 330㎜가 넘는 폭우가 쏟아진 울산에서는 세계유산 반구천 암각화가 물에 잠긴 데 이어 1924년 지어진 국가등록문화유산 구 삼호교 일부가 무너지기도 했다.

소방대원들이 지난 20일 산사태가 발생한 경기 가평군 마일리 내 한 펜션에서 고립자 구조작업을 펼치고 있다. 뉴시스

지난 17일 경기와 충남에 특별교부세 25억원을 긴급 지원한 행정안전부는 이날 광주, 경남, 전남·북에 특교세 55억원을 지원했다. 재난특교세는 이재민 구호, 피해 시설 응급복구, 2차 피해 방지를 위한 긴급 안전조치에 주로 쓰이는 재원이다. 행안부에 따르면 이번 극한호우로 20일 오후 9시 기준 18명이 사망하고 9명이 실종된 것으로 잠정집계됐다.


가평·당진·산청=송동근·김정모·강승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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