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송도 30대 아들 집서 범행
산탄 2발 발사… 며느리 등 목격
유명 에스테틱 대표의 전 남편
차량선 범행 사용 총기 2정 외
총신 11정·산탄 80여발 발견
“유튜브로 총기 제작 배워” 진술
가정불화 있어… 계획범죄 정황
警, 프로파일러 투입 동기 조사
사제총기의 방아쇠를 당겨 30대 아들의 목숨을 앗아간 60대 남성은 오랜 가정불화로 돌이킬 수 없는 죄를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사건 당일은 그의 생일로 앞서 잔칫상을 준비한 아들 집을 찾으면서, 미리 아들에게 겨눌 총구를 준비하며 범행을 예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범행 당시 현장에는 자신이 살해한 아들은 물론이고 며느리, 손주 2명, 지인 등이 함께 자리해 끔찍했던 상황을 고스란히 목격했다.

인천 연수경찰서는 21일 살인과 총포·도검·화약류 등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긴급 체포한 A(63)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서울 자택 내 인화성 물질 설치와 관련해 방화예비 혐의를 추가 적용했다. A씨는 전날 오후 9시31분 인천 연수구 송도동의 한 아파트 33층에서 아들 B씨에게 사제총기를 발사해 사망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B씨의 어머니는 유명 에스테틱 브랜드 대표로 A씨와 20년 전에 갈라섰다고 한다.
사건 당시 “시아버지가 남편을 총으로 쐈다”는 신고를 접수하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심한 출혈과 함께 쓰러져 있는 B씨를 발견하고, 범행 도구도 확보했다. 경찰이 도착했을 때 A씨는 이미 도주한 상태였다. 경찰은 사건 발생 약 2시간50분 만인 이날 0시15분 서울 서초구 노상에서 A씨를 붙잡은 뒤 인천으로 압송했다.
조사 결과 A씨는 파이프 모양으로 제작된 사제총기를 이용해 쇠구슬 여러 개가 들어있는 산탄 2발을 연달아 발사했다. 산탄은 내부에 여러 개의 조그만 탄환이 들어있어 발사 시 한꺼번에 다수 탄환이 발사되는 총알이다. 총에 맞은 B씨는 심정지 상태로 119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숨졌다.

경찰은 검거한 A씨로부터 서울 도봉구 쌍문동 본인 주거지에 폭발물을 설치했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주거지 수색에 나선 경찰특공대가 폭발물을 제거했다. 폭발물은 시너가 담긴 페트병, 세제 통, 우유 통 등으로 점화장치가 연결돼 있었다. 타이머는 이날 낮 12시에 폭발하도록 설정돼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A씨의 차량 조수석과 트렁크에서 범행에 사용한 사제총기 2정 이외 추가로 11정의 총신과 산탄 80여발을 수거했다. 경찰은 A씨가 총신과 손잡이 등 총기는 직접 만든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경찰에서 “총기 제작법은 유튜브를 통해 배웠다”고 진술했다. 범행에 사용한 탄환과 관련해서는 “과거 극단적 선택을 목적으로 다른 개인에게서 구매했다”는 취지로 털어놨다.
사건이 벌어진 500여 세대 규모로 이뤄진 해당 단지는 어린아이 등 자녀를 둔 가정이 많아 입주민들은 하루 종일 불안에 떨었다. 한 주민은 “(전날) 갑자기 쾅 하는 소리를 냈고, 멀지 않은 곳에서 무언가 부서지는 듯한 굉음이 울렸다”면서 “한참 지나고 접근이 통제된 곳 근처 엘리베이터에 가니 혈흔이 잔뜩 있었다”고 다급했던 순간을 전했다.

쌍문동에서 만난 A씨 이웃은 “최근 다른 집에서 피의자가 통 같은 것을 들고 다닌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피의자가 오래 여기서 살아서 인사는 몇 차례 나눴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인사도 받아주지 않았다”며 “다만 주민들과의 갈등은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수사 당국은 향후 사제총기 대응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사제총기 단속이 사실상 쉽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통상 일반인이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총기가 만들어지고, 3D 프린터 등을 활용한 설계도까지 흔히 공유되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불법 총기 집중단속을 통해 수거된 불법 총기 수는 78정이었지만 이 가운데 자체 제작된 총기는 없었다. 지난 5월에도 불법 총기 집중단속을 통해 38정을 파악했지만 마찬가지로 ‘0’이었다.
불법 총기로 수거된 총기 대부분은 건설현장에서 못을 박는 용도로 쓰는 건설용 화약식 타정총이 대부분이라고 전해진다. 경찰 관계자는 “자진신고 총기도 보통 부친이 사망한 뒤 유품으로 정리하다 발견된 총기”라고 알렸다. 사실상 자체적으로 만든 총기는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셈이다.
경찰은 프로파일러 등을 투입해 A씨의 범행 동기 규명에 서둘러 나서기로 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프로파일러를 투입해서 전체적으로 의혹이 없도록 구체적인 동기와 과정 등을 충분히 조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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