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철 한국풍력산업협회 부회장
기업은 정부 로드맵 보고 투자
정치논리 떠나 환경 유지 필요
산업 성장에 가장 좋은 건 협력
협업·경쟁 통해 생태계 강화를 끝>
십 몇 년째 나아가지 못하는 한국 해상풍력. 이승철 한국풍력산업협회 대외협력부회장은 사업개발부터 착공까지 여전히 평균 7∼10년을 잡아야 하는 현 상황을 ‘구조적 병목’이라고 진단했다. 이 부회장은 “산업 성장을 위해 가장 좋은 건 협력”이라며 다른 나라와 협력도 국내 산업 육성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2∼3일 부산 벡스코에서 ‘2025 해상풍력 공급망 콘퍼런스 전시회’에서 만난 이 부회장은 국내 여러 풍력산업 관계자가 공통으로 지적하듯이 인허가 기간을 첫 번째 문제로 꼬집었다. 이 부회장은 “우리나라는 사업 초기에 이해관계자가 10명이라면, 개발사업자가 각각과 합의하기 위해 보상안과 지역 활성화를 위한 고용창출안 등을 만드는 사이에 또 새로운 이해관계자가 생겨 다시 지방자치단체 허가를 못 받는 상황이 반복된다”며 “민간업체는 정부 로드맵만 명확히 보이면 공장도 짓고 투자를 결정하지만, 우리나라는 로드맵이 자꾸 안 지켜지는데 이는 사실 정부 실행계획이 없는 탓”이라고 지적했다.
개별 발전사업자가 복잡하게 얽힌 문제를 모두 해결하기 어려운 만큼, 이 부회장은 내년 3월부터 시행되는 해상풍력특별법에 거는 기대가 크다. 해상풍력특별법이 시행되면 가장 큰 변화는 정부 주도 입지 개발과 함께 현재 개별 사업자 책임인 수용성 문제까지 정부가 나서서 검토한다는 점이다. 그는 “발전소 착공까지 투입되는 시간을 줄이면 공기와 인건비를 절감해 발전비용을 매우 줄일 수 있다”며 “입찰 통과할 때까지 시간만 현행 3∼4년에서 2년 내로만 줄여도 해상풍력 발전가격이 많이 낮아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현재 아시아 해상풍력 시장은 중국이 전 세계에서 압도적이고 대만 뒤를 우리나라와 일본,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따라가는 모양이다. 유럽, 미국에 이어 아시아 해상풍력 잠재력이 주목받으며 이 시장을 둘러싼 기업 간 경쟁도 격해지고 있다. 이 부회장은 이런 상황이 “오히려 좋다”고 했다.

그는 “아시아에서 중국을 빼면 공급망이 잘 갖춰진 나라가 우리나라”라며 “싸워서 살아남는 구조면 우리에게는 더 경쟁력이 생긴다”고 전망했다. 이 부회장은 SK에코플랜트 자회사 SK오션플랜트 대표이사이기도 하다. SK오션플랜트는 해상풍력발전기 하부구조물을 생산하는 기업으로 국내물량뿐 아니라 대만 등 해외로도 다량 수출하고 있다. LS전선은 바다에서 만들어진 전기를 육지까지 끌어오는 해저케이블 시장을 대만, 동남아 등에서 석권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기업이 커지면 규모의 경제가 생겨 비용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기업 간 경쟁은 가격 하락에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그는“공급망이 완벽할 수는 없지만, 협업하면 이를 채울 수 있다”며 일본, 대만 등 국내외 기업과 협력 및 경쟁을 통한 생태계 강화를 강조했다. 일본풍력발전협회와 체결한 ‘아시아 풍력산업 발전을 위한 한·일 공동협력 업무협약(MOU)’은 우리나라가 보유한 제조 및 시공 능력을 해외 시장으로 키울 수 있는 첫걸음이라고 평했다. 이 부회장은 “대만도 초기에 사업자들에게 자국 업체를 일정 비율 쓰도록 강제했는데 우리는 조선·제조업이 발달한 나라라 상당히 경쟁력이 크다”며 “정부가 국산 연구개발(R&D)을 촉진할 시장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부회장은 “에너지 정책은 국가 대계라고 생각하고 정권이 바뀌어도 꾸준히 로드맵을 추진해야 한다”며 “정치적 논리 없이 산업계 환경이 유지돼야 발전사업자는 해상풍력 발전기를 꽂고, 전력망 설비 확충이 이어져야 만들어진 전기를 쓸 수 있지 않겠느냐”고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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