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참 양원 ‘여소야대’…日 언론 “이시바, 총리직 유지 뜻 재확인할 듯”

일본 집권 자민·공명당이 20일 치러진 참의원(상원) 선거에서 참패해 과반이 붕괴했지만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스스로 퇴진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교도통신은 21일 자민당 총재인 이시바 총리가 이날 당본부에서 임시 당 중역회의를 열어 정권 운영의 자세에 대해 논의한 뒤 공명당 사이토 데츠오 대표와 대표 회담을 열어 연립정권 유지를 확인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후 이시바 총리는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총리직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재차 밝힐 예정이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지난 20일 도쿄 자민당 본부 내 마련된 참의원 선거 개표 상황판 앞을 걷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시바 총리는 과반 유지에 필요한 50석 확보를 “반드시 달성해야 할 목표”라고 강조하며 선거에 임했다. 그러나 개표 결과 자민당은 39석, 공명당은 8석을 얻는 데 그쳤다. 두 정당의 기존 의석 75석과 더하면 여당 의석수는 122석으로 과반(125석)에 3석 모자란다. 참의원 정수는 248석이며, 6년 임기 의원을 3년마다 절반씩 선출한다.

야권 의석수는 126석으로, 입헌민주당 38석, 국민민주당 22석, 유신회 19석, 참정당 15석, 공산당 7석 등이다. 이번 선거에서는 특히 ‘일본인 퍼스트’ 구호를 내건 신생 우익 정당 참정당이 14석을 추가하며 돌풍을 일으켰다. 자민당 현 지도부에 불만을 가진 우파 지지층이 참정당으로 갈아탄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따라 이시바 총리는 지난해 10월 중의원(하원) 선거에 이어 이번 참의원 선거에서도 ‘패장’이 됐다. 자민당 중심 정권이 중의원에 뒤이어 참의원에서도 과반을 지키지 못한 것은 1955년 창당 이후 처음이라고 NHK는 전했다.

국정운영 동력을 사실상 상실하게 된 셈이다.

이시바 총리는 그러나 중·참 양의원에서 자민당의 제1당 지위는 그대로인 만큼 야권의 협조를 얻어 가며 국정을 계속 이끌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개표방송 중이던 NHK에 출연해 “어려운 정세를 겸허히 받아들인다”면서도 “국가에 대한 책임을 자각해야 한다”고 했다. 정권 운영을 계속 맡을지에 관한 질문에도 “제1당의 책임을 자각해야 한다. 책임을 완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시바 총리는 니혼TV에 나와서도 안보, 인구 문제 대응, 대미 관세협상 등 과제를 언급하며 “일본에 대한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정권을 내놓고 야당이 되거나 하야하는 선택지도 있느냐는 질문에 “그것은 없다”고 명확히 말했다.

이시바 총리는 모리야마 히로시 간사장 등 당 중역들도 유임시킬 의향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당내에서 ‘이시바 끌어내리기’ 움직임이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국회 총리 인준 투표를 감안할 때 거대 야당을 만족시킬 만한 대안을 찾기 쉽기 않고, 무리하게 총리 교체를 추진하다가 야권으로 정권 교체가 일어날 수도 있는 만큼 자민당 내부도 신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정치권 관측이다.

이시바 총리가 다른 야당과 손 잡고 연립정부를 확대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입헌민주당과 국민민주당이 연정 참여 반대 뜻을 밝힌 가운데 유신회와 참정당은 “현시점에서는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밝혀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해석된다.

도쿄=유태영 특파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