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27 가계부채 대책 발표 이후 수도권 아파트 시장에서 중위 거래가격이 약 1억6000만원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 규제 강화로 수요자들이 실현 가능한 가격대의 중소형 아파트로 눈을 돌리면서, 실제 시장의 기준점 자체가 바뀐 셈이다.
21일 부동산 플랫폼 직방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를 분석한 결과, 대책 발표 전인 6월 초까지만 해도 수도권 아파트의 중위 거래가격은 6억6000만원에 달했다. 하지만 대책 이후 한 달여(6월 10일~7월 15일)간 중위 거래가격은 5억원으로 낮아졌다. 거래 기준이 ‘6억대’에서 ‘5억대’로 내려온 셈이다.
전용면적도 줄었다. 같은 기간 중위 거래 면적은 84㎡에서 75㎡로 9㎡ 축소됐다. 넓은 집에서 작은 집으로, 고가에서 중저가로 실수요자들의 ‘현실 조정’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서울은 하락폭이 더 컸다. 서울의 중위 거래가격은 10억9,000만원에서 8억7,000만원으로 약 2억2,000만원 떨어졌고, 거래 면적은 84㎡에서 78㎡로 줄었다. 특히 강남구는 중위가격이 29억에서 26억으로, 서초구는 23억7,500만원에서 19억6,500만원으로 급감하며 고가·대형 아파트 거래가 사실상 멈췄다.
중저가 지역도 예외는 아니었다. 노원·도봉·금천·구로 등 이른바 ‘풍선효과’가 기대됐던 지역들조차 중위 거래가격이 하락하며 관망세로 접어들었다. 예컨대 노원구의 중위 거래가격은 5억9,500만원에서 5억1,900만원으로, 구로구는 7억1,900만원에서 6억5,000만원으로 낮아졌다.
결국, 자금 부담이 커진 시장에서 수요자들이 선택한 것은 ‘작고, 현실적인 가격대’의 아파트였다.
직방 빅데이터랩실 김은선 랩장은 “6·27 대책 이후 수도권 아파트 시장은 단기간에 거래량, 면적, 가격이 모두 하향 조정되는 흐름 속에서 빠르게 관망 국면으로 접어들었다”며 “거래 가능한 아파트의 조건 자체가 바뀌며, 중소형이면서도 실현 가능한 가격대 중심의 거래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단순한 심리 위축이라기보다는 자금 여건과 대출 가능 범위에 따라 수요자들의 선택 구조가 재편된 결과로 볼 수 있다”며 “다만 거래 자체가 급감한 상황에서 나타난 흐름이기에 일시적 착시인지, 구조적 전환의 신호인지는 좀 더 시간을 두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 랩장은 “앞으로 금리나 대출 규제 변화, 추가 정책의 방향성에 따라 수요자의 선택 기준과 거래 흐름 역시 달라질 수 있으며, 당분간은 제도 변화에 대한 적응과 관망이 병행되는 시장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