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와인 ‘칸첼라 소믈AI 퀴베’ CMB 최고 화이트 와인 상 ‘인터내셔널 리벨레이션’ 수상/챗GPT로 최적의 블렌딩 조합 찾아내/AI 활용 첫 성공 사례로 평가/와인 양조에 AI 활발히 적용될지 주목

인공지능(AI)의 등장은 스티브 잡스가 개발한 스마트폰 만큼 인류의 삶을 바꿔 놓고 있다. 간단한 이미지나 영상 제작은 물론, 문서 자동요약과 회의록 작성, 영어회화 가상 교사, 쇼핑 어시스턴트, 광고 카피 자동 생성에서 복잡한 코딩까지 다양하게 활용된다. 여기에 더해 ‘인간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와인 분야까지 ‘AI 공습’이 시작됐다. 헝가리의 한 와이너리가 챗GPT를 활용해 만든 와인이 ‘와인 오스카’로 불리는 세계최대와인경진대회 콩쿠르 몽디알 드 브뤼셀(Concours Mondial De Bruxelles·CMB) 2025에서 그랑골드를 받으며 ‘올해 최고의 화이트 와인’으로 선정됐다. 이는 AI를 활용한 와인이 콩쿠르에서 최고 상을 받은 세계 첫 사례다. 따라서 앞으로 와인 양조에 AI 기술이 활발히 적용될지 주목된다.

21일 CMB에 따르면 올해 최고의 레드 와인은 스페인 카탈루나 몬산트에서 셀러 마스로이(Celler Masroig)가 생산하는 레스 소르츠 비녜스 베이예스(Les Sorts Vinyes Velles) 2020이 선정됐다. 최고 화이트 와인은 헝가리 와이너리 칸첼라 비르톡(Kancellár Birtok)이 출품한 칸첼라 소믈AI 퀴베(Kancellár SomlAI Cuvée) 2021이 뽑혔다.
CMB는 매년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레드 와인과 화이트 와인을 1종씩 선정해 최고 와인상에 해당하는 ‘인터내셔널 리벨레이션(International Revelations)’ 상을 준다. 올해 32회를 맞은 CMB 2025는 지난 6월 초 중국의 최대 와인산지 닝샤(Ningxia)의 중심도시 인촨(Yinchuan)에서 메인 대회인 레드·화이트 세션이 개최됐다. 이번 대회에는 전 세계 49개국에서 와인 7165종이 출품됐고 56개국 심사위원 375명이 블라인드로 심사를 진행해 그랑골드, 골드, 실버 메달 와인을 선정했다.

출품된 화이트 와인은 약 2400개이며 칸첼라 소믈AI 퀴베는 프랑스, 이탈리아 등의 쟁쟁한 화이트 와인을 모두 제치고 심사위원들의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와인 이름은 헝가리 와인 산지 ‘솜로(Somlo)와 ‘AI’를 결합한 것이다. 헝가리 현지 언론 헝가리 투데이에 따르면 칸첼라의 AI활용은 우연하게 시작됐다. 와이너리 오너의 아들이 재미삼아 챗GPT에 “2021년 퀴베를 어떻게 만들면 좋을까”라고 질문했는데 챗GPT는 22쪽 분량 문서를 쏟아냈고 이중 2페이지에 담긴 내용이 실제 와인양조에 사용됐다. AI가 추천한 품종은 세계 3대 스위트 와인 헝가리 토카이(Tokaj)를 만드는 토착품종 푸르민트(Furmint)를 비롯해 유흐파르크(Juhfark), 하르슈레벨뤼(Hárslevelű), 체르세기 퓌세레시(Cserszegi Fűszeres)다. 푸르민트는 높은 산도와 풍부한 미네랄 구조, 유흐파르크는 부드럽고 우아한 허브향 및 미네랄, 하르슈레벨뤼는 아카시아와 꿀 같은 꽃향, 체르세기 퓌세레시는 풍부한 향신료와 허브가 두드러진다.


통상적인 솜로 지역 와인과는 다른 블렌딩이었지만 칸첼라 비르톡은 포도 품종, 포도 수확 연도, 기후, 품종별 숙성 정도·아로마 컴파운드 등 다양한 데이터를 챗GPT에 입력해 최적의 블렌딩 레시피를 찾아냈다. 와인메이커는 챗GPT가 알려준 대로 소량을 블렌딩해 직접 테이스팅한 뒤 부족한 부분은 챗GPT를 통해 계속 보강하면서 최종 블렌딩 비율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챗GPT로 만든 와인은 새로운 스타일, 균형 잡힌 맛, 정밀한 구조감을 지녀 심사위원들의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 와인은 불과 3900병 한정 생산됐고 놀랍게도 와이너리에서 판매하는 가격이 9.99유로(약 1만6000원)에 불과할 정도 저렴하다. 더구나 와이너리는 2014년에 설립돼 이제 갓 10년이 넘은 신생 와이너리다. 그럼에도 이번에 놀라운 성과를 냈다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AI가 매우 빠른 속도로 진화하고 있지만 앞으로도 오랫동안 와인메이킹은 인간의 영역으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AI가 맛과 향을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AI가 스스로 와인을 양조하는데 한계가 있다. 하지만 AI의 빈틈없는 정교함과 와인메이커의 ‘손맛’이 결합될 경우 경험이 적은 와이너리도 좀 더 쉽게 뛰어난 품질의 와인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사실이 입증됐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이다. 따라서 AI를 활용한 와인 양조가 와인의 품질을 높이고 일정한 품질을 유지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 32회째를 맞은 CMB는 ‘와인 오스카’로 불릴 정도로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며 CMB, 디캔터 와인 어워드, 문두스 비니를 세계 3대 와인경진대회로 꼽는다. 1994년 국제와인전문기자협회 회장을 역임한 루이 아보(Louis Havaux)가 벨기에에서 창설했으며 매년 전세계 도시를 돌면서 열린다. 와인경진대회중 규모가 가장 크다. 50여개국 심사위원 500여명이 출품된 와인 1만5000여종을 블라인드 심사로 평가하며 메인 대회인 레드·화이트를 비롯해 로제, 스파클링 와인, 스위트·주정강화 와인 등 4개 세션으로 나뉘어 각각 다른 도시에서 열린다. 심사위원들은 전세계에서 400여명에 불과한 ‘와인의 신’ 마스터오브와인(MW), 마스터 소믈리에, 양조학자, 와인메이커, 바이어, 수입사 대표, 와이너리 오너, 와인전문기자 등 최고의 와인전문가들로 구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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