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 시의원들은 수해복구 현장에서 구슬땀
안종혁 충남도의원 “출판기념회 후원금 호우
피해 시민들에게 기부해 달라” 공개 요청
천안시의회 김행금(국민의힘)의장이 200년만의 극한 폭우로 충남과 나라 전체에 큰 재난이 닥친 가운데, 출판기념회를 열고 후원금을 모금해 공분을 사고 있다.
김 의장은 지난 19일 천안시 쌍용동 나사렛대학교 강당에서 자신의 수필집 '내가 만난 사람들' 출판기념회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국민의힘 전직 시장과 국회의원과 정치인, 지인 등 80여명이 참석했다.
김 의장은 행사장 입구에 책값 수거함과 별도로 후원금 모금함까지 비치해 놓고 참석자들에게 돈봉투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자금법 위반 여부를 떠나, 폭우로 시민들과 국민들이 시름에 빠진 상황에서 시기상 부적절한 행사라는 지적과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중앙재해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16일부터 내린 이번 극한 호우로 전국에서 사망 14명이 사망하고 12명이 실종됐다. 농작물 2만4247㏊(헥타르·1㏊는 1만㎡)가 침수됐다. 충청의 피해가 심각했다. 충남에서 3명이 사망했으며 대전과 세종에서도 각각 1명의 사망자와 실종자가 발생했다. 농경지 침수는 충남의 침수 피해가 1만6714㏊로 가장 크며 전남은 6361㏊, 경남은 875㏊다.
이 때문에 김 의장이 출판기념회를 열었지만 동료 천안시의원들과 도의원들은 참석치 않고 천안과 예산의 수해복구 현장으로 달려가 구슬땀을 흘렸다.

천안시민들은 “수재민들 곁에 있어도 모자랄 판에 책을 팔고 돈을 챙긴 의장이 도대체 어느 나라 사람인가”라며 분노를 터뜨렸다. 지역 누리소통망(SNS)에는 출판기념회 사진과 수해현장 사진이 나란히 올라오며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 같은 당인 국민의힘 안종혁 충남도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김행금 천안시의회 의장님 출판기념회에서 받은 후원금 호우피해로 시름에 빠진 천안시민을 위해 기부해주시면 좋겠습니다”라고 공개 요청했다.
김 의장은 출판기념회에 앞서 천안시청 팀장·팀원 등 불특정 다수의 공무원에게 초청장을 무차별 발송해 공무원노조로부터 항의를 받았다. 출판기념회장에는 천안시청 공무원들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지역사회 오피니언 리더들도 시의회 의장의 초청이 있었지만 시민들의 눈총을 의식해 많은 사람들이 직접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시민사회에서는 “선관위 차원에서 시의회 의장이 피감기관 공무원들에게 무작위로 출판기념회 초청장을 보낸 것이 적법한 것인지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일고 있다.
김 의장은 출판기념회에서 “충남 곳곳에 수해가 발생해 출판기념회를 열지 고민했다”며 “그래도 오래 전부터 예정된 행사이고 많은 사람과의 약속도 소중하다는 생각이 들어 예정대로 열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국민의힘 소속 천안시의회 A 의원은 “같은 당 소속이라는 게 창피할 지경”이라며 “도당 차원의 징계와 출당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민주당 소속 B 의원도 “여야를 떠나 시민 대표로서 자격이 없다”며 “수해 피해에도 개인 홍보와 후원금 모금에 혈안이 된 모습은 시민 모독이자 정치의 실패”라고 지적했다.
시민사회와 정가 안팎에서는 재난 속에 당행한 이번 출판기념회에 대해 질서 있는 퇴진 등 김 의장 자신의 책임있는 처신과 시의회 차원을 적절한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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