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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마 이어 수마… 폭우 급류에 민둥산 쏟아져 내렸다 [전국 할퀸 물폭탄]

입력 : 2025-07-20 18:27:24 수정 : 2025-07-20 22:49:22
산청·대구=오성택·김덕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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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군민 대피령에도 산청 피해 왜 컸나

산불로 산림 잿더미… 예고된 산사태
‘지리산자락 급경사’ 지형적 요인에
이상기후로 인한 전례없는 물폭탄
“발빠른 대피만이 인명 피해 최소화”

‘산불 참사’ 경북 북부는 피해 적어
마을순찰대, 위험요소 실시간 점검
경북형 대피시스템 가동 선제 대응
대구선 자율방재단이 ‘비상관리役’

올봄 초대형 화마에 휩쓸린 지 약 4개월 만에 집중호우 직격탄을 맞은 경남 산청군의 피해 규모는 크다. 폭우에 따른 사망자는 10명까지 늘었고, 중상자와 실종자도 많아 사망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20일 경남도와 경남소방본부에 따르면 산청군에는 지난 16일부터 20일 오후 5시까지 닷새간 793.5㎜의 비가 내렸다. 19일 하루에만 300㎜의 폭우가 내렸고, 17일에는 1시간 동안 101㎜에 달하는 물폭탄이 쏟아졌다. 산청지역 곳곳에서 ‘역대급 물폭탄’에 따른 주택 침수와 산사태는 물론 정전과 통신 장애, 수돗물 공급 중단까지 발생했다.

16일부터 20일까지 닷새간 800㎜에 가까운 ‘물폭탄’이 쏟아진 경남 산청지역에서도 인명·시설 피해가 컸다. 사진은 20일 산청군 신안면 옛 문대교가 급격하게 불어난 물로 끊겨 있는 모습

이처럼 유독 산청군에서 폭우 피해가 컸던 이유는 지형적인 요인과 이상기후에 따른 기상학적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산청군은 지난 3월 초대형 산불로 이미 산림이 잿더미가 됐던 곳으로, 장마철 집중호우에 따른 산사태가 예견됐었다. 특히 지리산을 끼고 있어 다른 지역에 비해 폭우가 쏟아질 경우 경사를 따라 엄청난 양의 빗물이 계곡으로 쏟아지고, 쏟아진 빗물은 계곡을 따라 삽시간에 급류를 형성한다. 이 같은 급류가 민둥산으로 스며들어 산사태를 발생시키면서 산자락에 위치한 마을을 덮친 것이다.

 

주기재 부산대 교수(생명과학)는 “원래 자연재해와 인재는 경계가 불분명한데, 이번 사태는 이상기후로 인해 전례가 없던 전국적인 현상”이라면서도 “대형 산불로 산사태가 예견됐다면 미리 주민을 대피시키는 등 선제적인 대처가 있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발 빠른 주민 대피만이 ‘극한호우’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조언이다.

재난 대응에 있어 선제적인 주민 대피령 등 지자체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지만 산청군은 그렇지 못했다. 산청군과 경남도는 19일 오후에서야 산청군민 전체를 대상으로 긴급 대피령을 내렸다. 지자체가 관할 전 주민을 대상으로 대피 명령을 내린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군민들은 시천면 선비문화연구원 등 45곳으로 대피했다. 산청과 인접한 경남 거창군과 함안군에는 산사태주의보가 발령돼 1233세대 1597명이 대피한 상태다.

 

올 초 대형산불로 큰 피해를 입었던 경북 의성과 안동, 청송, 영양, 영덕 등 경북 동북부지역은 이번 폭우에도 별다른 피해를 입지 않아 산청과 대조된다. 고령과 의성에서 고립된 주민 3명이 구조됐고 청도와 고령에서는 저수지 제방과 도로가 유실됐으나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이처럼 폭우에도 인명피해를 막을 수 있었던 것은 경북 전역에 구성된 ‘마을순찰대’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경북도는 지난해 5월부터 도내 5189개 마을에 지역 공무원과 주민들로 구성된 마을순찰대를 출범했다. 이들은 마을 단위 위험 요소를 실시간으로 점검한다.

 

산불 피해지와 산사태 고위험 지역에는 경북형 대피시스템인 ‘마·어·서·대피 프로젝트’에 따라 즉각적인 주민 대피가 가능하도록 조치했다. 마어서대피 프로젝트는 ‘마’을순찰대와 함께 ‘어’두워지기 전에 ‘서’둘러 안전한 ‘대피’소로라는 뜻으로, 10개 시·군에 395가구 547명이 경로당과 마을회관 등으로 대피했다.

폭우에 따른 산사태로 쑥대밭이 된 산청군 산청읍 외정마을 주민이 20일 흔적도 없이 사라진 자택을 바라보는 모습. 뉴스1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지난 16일과 18일 두 차례에 걸쳐 ‘과잉 대응 원칙’ 특별 지시하기도 했다. 이 지사는 “전 시·군의 행정력과 함께 마을순찰대가 마을 사정을 가장 잘 아는 만큼 주도적으로 위험지역 주민을 설득해 사전에 대피를 완료하라”고 밝혔다.

 

대구도 북구 노곡동 일대가 15년 만에 침수됐지만 지역 자율방재단이 비상 상황 관리에 나서 상대적으로 피해 규모가 크지 않았다. 대구시는 지난 16일 대구 달성군 구지면 일대에 350㎜의 폭우가 내리자, 산사태를 우려해 자율방재단을 파견해 주민 348명을 사전 대피시켰다.


산청·대구=오성택·김덕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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