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필수의료 패키지’ 재검토
수련 환경 개선 등 3대 조건 제시
미필 전공의 입영문제 해결 따라
복귀 규모·일정 등 확정 가능성
일부는 수련 기간 압축 등 요구해
의료계 내부선 전문성 하락 우려
의대생 이어 비난 여론도 불보듯
지난해 ‘의대 2000명 증원’으로 촉발된 의·정 갈등으로 병원을 떠났던 사직 전공의들이 1년5개월 만에 ‘대정부 요구안’을 다시 내놨다. 의대생에 이어 전공의들도 하반기 복귀 가능성이 커지고 있지만 이들을 둘러싼 특혜 논란도 가라앉지 않고 있다.
◆완화된 요구안 내놓은 전공의들
20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회는 전날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6시간의 마라톤 회의 끝에 3대 요구안을 의결했다.

요구안은 △윤석열정부의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재검토를 위한 현장 전문가 중심의 협의체 구성 △전공의 수련 환경 개선 및 수련 연속성 보장 △의료사고에 대한 법적 부담 완화를 위한 논의 기구 설치다.
이번 요구안은 지난해 2월 발표된 ‘7대 요구안’ 이후 1년5개월 만에 나온 것이다. 특히 지난해에는 정부의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철폐를 요구했던 데서 재검토를 위한 협의체 구성으로 요구가 완화한 측면이 있다. 최근 새 정부 출범으로 의료계와 정부 사이에 대화 분위기가 조성된 가운데 대전협이 좀 더 압축된 요구안을 내놓으면서 정부, 병원 등과의 복귀 논의도 한층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한성존 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은 “요구안은 공식 대화 테이블에 올릴 의제들의 중심이 될 것”이라며 “해당 의제들은 무너진 중증·핵심의료를 재건하기 위해 필요한 젊은 의사들의 목소리”라고 밝혔다.
전공의들의 복귀 여부와 규모에는 ‘수련 연속성 보장’ 조건이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사직 전공의들은 별도의 특례 조치가 없어도 이달 말 공고될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 지원해 9월부터 수련을 재개할 수 있지만, 변수는 군 미필 전공의들의 입영 문제다.
사직 전공의는 자동으로 군의관이나 공보관으로 입영 대상이 된다. 입영 연기 특례가 적용된 상반기 전공의 모집에서 일부가 복귀했으나 여전히 2000명가량의 전공의가 입영 대기 상태다. 이들은 하반기 복귀하더라도 내년이나 내후년 영장을 받으면 곧바로 입영해야 한다.
병무청은 하반기 복귀 예정 전공의들은 수련을 마친 뒤 군에 입대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지만 미필 전공의 전원이 복귀할 경우 내년 병역 자원이 부족할 수 있다. 이 밖에 전공의들 사이에선 진급이나 전문의 시험까지 공백 기간이 없도록 수련 기간 압축이나 전문의 시험 추가 시행 등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전공의도 의대생도 특혜 논란
대전협은 올해 하반기 모집에서 전공의들이 실제 복귀를 택할지, 구체적으로 어떤 조치를 요구할지 등은 밝히지 않았다. ‘특혜’로 비칠 소지가 있는 요구들은 공식적으로 내놓지 않는 분위기다. 다만 전공의들이 요구하는 수련 연속성을 보장하려면 결국 복귀자들을 위한 대책이 나와야 해 향후 특혜 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수련 기간 압축 등은 전문성 하락과 직결되는 만큼 회의적인 시선도 나온다.
복귀 대책 논의가 본격화한 의대생들도 특혜 논란을 비켜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의대가 있는 대학 총장들은 유급된 의대생들을 올해 2학기 수업부터 복귀시키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의대는 대부분 학년제 수업이어서 원칙적으로 유급자는 2학기 수업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지만, 수업을 열어주겠다는 것이다.

또 실습 요건을 채우지 못한 본과 4학년을 위한 국시(의사면허시험) 추가 실시를 검토하는 등 최대한 ‘수업 공백’을 메꿔주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총장들은 23일 회의를 열고 후속 조치 논의를 마무리할 계획인데, 이미 복귀한 학생들과의 형평성 문제가 벌써 제기되고 있다.
연세대 의대 일부 교수들은 복귀생과의 형평성을 문제 삼으며 보직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국립대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일고 있고, 국회 국민동의 청원란에 ‘의대생·전공의에 대한 복귀 특혜 부여 반대에 관한 청원’이 올라오는 등 의대생과 전공의 복귀가 또 다른 갈등을 낳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의대생들이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학교에 돌아가면 미리 복귀한 학생들을 가만두지 않겠다’는 글이 올라오면서 앞서 복귀한 의대생들의 불안도 높아지고 있다.
의대가 있는 한 사립대 관계자는 “5월에 ‘지금 돌아오지 않으면 수업이 어렵다’고 호소해 이 말을 믿은 학생은 돌아왔는데 돌아온 학생들에게 할 말이 없게 된 상황”이라며 “이미 복귀한 학생들을 보호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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