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개 지자체 1만3492명 대피
토사유실 전국서 197건 달해
산사태 위기경보 ‘심각’ 상향
시간당 최대 100㎜가 넘는 ‘괴물 폭우’가 닷새간 전국을 강타하면서 28명이 숨지거나 실종됐다. 16일부터 시작된 장대비는 17일 충남 지역에 이어 18∼19일 영·호남권, 20일에는 수도권에 물 폭탄을 쏟아부으며 막대한 인명·재산피해를 입혔다. 특히 폭우가 심야·새벽 시간대에 집중되면서 대피가 늦어져 피해가 커졌다. 정부는 범정부 복구대책지원본부를 가동하고, 신속히 호우 피해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한다는 방침이다.

산청=뉴스1
20일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 기준 집중호우에 따른 인명피해는 사망 17명, 실종 11명으로 집계됐다. 경남 산청에서만 10명이 숨져 가장 많은 사망자가 나왔다. 이어 경기 가평·충남 서산에서 각 2명, 광주 북구·경기 오산·충남 당진에서 각각 1명이 폭우로 목숨을 잃었다. 실종자는 가평에서 5명, 산청에서 4명이 발생했으며, 광주 북구와 경기 포천에서 각 1명이 실종된 상태다.
닷새간 계속된 이번 호우로 15개 시·도 95개 시·군·구에서 9782세대 1만3492명이 긴급대피했다. 이 중 1629세대 2444명은 아직까지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상황으로, 대부분이 임시주거시설에 머물고 있다. 비로 인해 도로침수(778건)·하천시설 붕괴(403건) 등 1999건의 공공시설 피해가 집계됐다. 건축물 침수(1857건) 등 사유시설 2238건도 수마에 휩쓸렸다.

비구름이 세력을 잃지 않고 한반도 전역을 순차적으로 휩쓸면서 전국에서 최대 800㎜에 가까운 ‘물 폭탄’이 쏟아졌다. 산청에서는 16일부터 이날 오전 10시까지 무려 793.5㎜의 폭우가 내리며 이 기간 가장 많은 강수량을 기록했다. 경남 합천(699.0㎜) 경남 하동(621.5㎜), 전남 광양(617.5㎜) 경남 창녕(600.0㎜) 등 닷새간 영·호남지방을 중심으로 600㎜ 이상의 장대비가 쏟아졌다. 경기 가평에서는 20일 하루에만 197.5㎜의 비가 내렸다. 충남 서산에서는 17일 시간당 114.9㎜의 기록적 폭우를 기록하기도 했다.

전국에서 토사유실이 197건에 달하는 등 산사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산림청은 이날 오전 8시를 기해 경기 지역 산사태 위기경보를 가장 높은 수준인 ‘심각’ 단계로 상향했다. 경기(2곳), 충남·경남(각 1곳) 등 전국 4곳에는 산사태 경보가 발령됐다.

비가 잦아들면서 중대본은 오후 6시부로 호우 위기경보 수준을 ‘심각’에서 ‘주의’ 단계로 하향하고 풍수해 비상 3단계를 해제했다. 정부는 피해 복구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호우 피해 상황에 대한 신속한 파악과 조속한 특별재난지역 선포 추진을 지시했다고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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