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거없는 낙관론·전략 부재에 10년 답보
반도체까지 中 턱밑 추격… AI로 일으켜야”
“정부가 AI시장 만들어야 인재 육성 가능”
“비슷한 처지 日과 손잡고 AI도 협력” 주장
“쌀·쇠고기 美와 협상은 작지만 민감 카드”
“통상 압박에 진의 잘 파악해야” 신중론도
자사주 의무 소각엔 “양면성 있다” 입장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지난 10년, 한국 제조업이 ‘잃어버린 10년’을 맞았다”며 근거 없는 낙관론과 전략 부재가 경쟁력 저하의 원인이라고 밝혔다. 그는 “희망을 인공지능(AI)에 걸 수밖에 도리가 없다”며 “AI로 제조업을 다시 일으키지 못하면 한국 제조업은 불행히도 향후 10년 후면 상당 부분 퇴출당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국과 관세 협상과 관련해선 쌀·쇠고기 시장 개방은 협상용으로는 작은 카드라며, 미국의 압박에 차분하게 대응할 것을 주문했다.
최 회장은 지난 17일 경주에서 열린 대한상의 하계포럼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같이 밝혔다. 그는 “중국 제조업 실력이 업그레이드되다 보니 우리가 만드는 거의 모든 물품과 경쟁하게 됐다”며 “이런 사태에 대해 10년 전부터 많은 사람이 경고했으나 불행히도 받아들여지지 않고 ‘잘되고 돈 잘 버는 데 뭐’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한국 제조업은 10년 동안 제자리걸음 했고 제조 시설들은 규모가 작고 낡아졌다. 최 회장은 “그러니 석유화학이 중동·인도·중국의 경쟁 상대가 되지 못하고 반도체는 중국이 턱밑까지 쫓아온 상황”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최 회장은 이제라도 AI로 제조업을 일으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AI마저도 중국이 쫓아오고 적용하는 속도가 우리보다 빠르다는 게 안 좋은 뉴스이지만 아직 초기니까 우리도 빨리 따라잡아서 경쟁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한국의 AI 준비도가 15위로 내려갔다며 정부의 역할을 주문했다. 최 회장은 “AI는 스케일도 중요하지만 속도도 엄청 중요해서 속도가 떨어지면 계속 밀려난다”며 “우리가 머뭇거리는 동안 남들은 달리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는 “정부 쪽에 부탁하는 건 ‘시장을 만들어 주십시오’”라며 “공공에서 AI 발주가 나와야 기업이 들어가서 무언가를 하고 AI에 훈련된 사람이 점점 늘어난다”고 요청했다. 그는 또 “지금 AI 스타트업 숫자를 보면 1000개가량인데 2만개는 키울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말했다.
평소 최 회장은 국제질서가 재편되고 있기에 한국이 제 목소리를 내려면 비슷한 처지의 ‘친구’와 손잡아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적합한 후보로 일본을 꼽아왔다. 그는 AI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최 회장은 “한국이 가진 산업 데이터가 사이즈가 안 되기에 AI를 잘하기 위해서라도 일본과 서로 데이터를 교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거센 통상 압박에는 차분한 대응을 주문했다. 그는 미국이 한국에 제기했다는 4000억 달러(550조원) 투자펀드 조성설에 대해 내용이 불분명하다며 “침착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 진의를 좀 더 잘 파악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과 협상에서 쌀·쇠고기 시장 개방이 대두된 데 대해서는 “전체 딜에 미치는 영향은 아주 적지만, 민감한 정치적 사안”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우리 농민 보호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열심히 잘 지켜야 되는 품목 정도로 보인다”면서도 “비관세 장벽을 너무 많이 쓰면 오히려 보복당할 우려가 존재하니 합리적 수준의 보호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최근 논의되는 상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일면만 봐선 안 된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최근 여당에서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추진하는 데 대해 최 회장은 “(법이 개정되면) 자사주를 살 사람이 앞으로 이걸 과연 사겠느냐”고 지적했다. 자사주의 투자 매력 저하라는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는 뜻이다. 집중투표제 도입과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와 관련해선 “운용을 해봐야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지 알 수 있고, 그걸 고치거나 대책을 내도록 건의하면서 흘러가야 하지 않겠나”라며 전면 반대나 전면 찬성 입장 모두와 거리를 뒀다.
최 회장은 이재명정부에 대해 “대한민국이 성공 방정식을 가져가고 제대로 성장하려면 민관이 완전히 ‘원팀’ 형태가 이뤄져야 하고 리더십이 꼭 필요하다”며 “대통령은 이를 끌고 나가는 중요한 리더다. 그런 리더를 원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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