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방향성 잡히면 기업도 투자
기술주도 신기술 개발 로드맵 구축
정부, 법·제도 개혁해 뒷받침해야
한국경제는 저성장의 함정에 빠져 있다. 올해 성장률은 0.8%로 전망되고 있으며 잠재성장률도 1%대로 급속히 낮아지고 있다. 저성장 국면이 지속되는 이유는 저출산으로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든 데에도 있지만 그보다는 중국의 추격으로 산업경쟁력이 약화되면서 이에 대응할 신기술 개발이 부진하기 때문이다. 성장률이 낮아져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청년실업이 늘어나고 있으며 중년층은 조기퇴직으로, 고령층은 노후소득 부족으로 복지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재정적자와 국가부채가 더욱 늘어나고 이로 인한 재정적 인플레이션이 우려된다.
이렇게 보면 새 정부 경제정책의 초점과 정책과제는 신성장동력 확충에 두어야 한다. 대통령도 잠재성장률 3% 진입을 공약한 바 있으며 인공지능(AI)을 포함한 신산업 육성에 많은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디지털화와 AI 기술의 발달로 기존 산업구조는 급속히 신산업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다. 급변하는 산업환경에서 성장률을 높이기 위한 가장 중요한 전략은 신기술 개발이다. 새 정부의 경제정책을 구상하고 있는 국정기획위원회 또한 모두의 성장, 공정한 성장과 더불어 기술주도성장을 주요 성장전략으로 강조하고 있다. 새 정부는 기술주도성장이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올바른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먼저 핵심정책브랜드를 만들어 한국경제의 전망을 밝게 만들어야 한다. 미래 경제전망이 밝을수록 기업투자가 늘어나고 소비 또한 증가해 내수가 진작될 수 있다. 우리 경제는 중국의 추격으로 조선, 철강 등 주력산업 경쟁력이 약화되면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새 정부는 기술주도성장을 핵심정책브랜드로 만들어 한국경제의 밝은 미래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기술과 산업의 전환기에 기술혁신으로 신산업경쟁력을 높일 경우 한국경제는 지금의 저성장 함정에서 벗어나 다시 도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술주도 성장전략의 구체적인 로드맵을 만드는 것 또한 중요하다. 핵심정책브랜드만 만들고 구체적인 계획을 추진하지 않으면 성과를 낼 수 없다. 특히 5년 단임 대통령제에서는 신산업의 기술개발을 위한 산업정책 추진에 시간적 여유가 충분치 않다. 산업통상자원부를 비롯한 유관 부처들은 새 정부 임기 초반부터 기술주도성장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만들어 추진해야 한다. 그리고 대통령 주재로 추진과정을 정기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 기술인력 양성과 유치를 위한 방안은 물론 기존 산업구조에 맞게 구축된 과학기술 분야의 정부연구소를 신산업을 중심으로 개편하는 등 신산업정책의 로드맵을 만들어야 한다. 신기술 개발 기업에 대한 조세 및 금융지원 계획도 수립해야 한다.
신기술 개발을 촉진시키기 위한 법과 제도의 개혁도 필요하다. 제도는 기술개발과 성장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인이다. 작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미국 MIT 대학의 다론 아제모을루 교수 역시 기술개발을 촉진시켜 성장률을 높일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조건으로 제도개혁을 들고 있다. 실제로 신기술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특허와 소유권 제도, 금융 및 조세제도, 교육제도, 기업투자제도에 대한 제도개혁이 필수적이다. 기술개발에 대한 특허권이 보장되고 전문기술인력이 양성될 때 신산업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신기술 개발에 대한 투자위험 때문에 산업의 육성단계에서는 정부지원은 필요하다.
새 정부는 출범 초부터 다양한 대내외적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미국과는 관세전쟁에 이어 환율전쟁과 달러 스테이블코인으로 인한 화폐전쟁이 격화될 것이 전망되며 중국의 저성장으로 우리 수출여건 또한 불확실하다. 여기에 대내적으로는 주택가격 상승과 가계부채 증가 그리고 내수침체로 인한 중소자영업자와 건설업의 부실 위험도 커질 것이 우려된다. 새 정부 경제팀은 기술주도 성장전략으로 이 난관을 돌파해 우리 경제를 저성장의 함정에서 벗어나게 해야 한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