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덕스런 날씨에 복합쇼핑몰 인기
식사·여가 등 체류형 소비도 껑충
하와이풍 상점·이벤트 등 눈길 끌어
골프장·야구장·박물관도 방문 늘어
복날 맞아 삼계탕 등 기획전 열기도
편의점, 1인 가구 맞춤 보양식 선봬
올여름 때 이른 폭염과 폭우가 번갈아 이어지면서 도심 한복판에 있는 백화점·쇼핑몰이 ‘피서지’ 역할을 하고 있다. 고객들이 복합쇼핑몰에 장시간 체류함에 따라 식음료(F&B) 매출이 증가했고, 업계는 이들을 잡기 위해 체험형 이벤트를 늘리는 중이다. 폭염에도 특별한 경험을 원하는 소비 경향이 커지면서 문화·레저시설 방문객도 늘어나는 추세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이달 불볕더위와 고습도의 ‘찜통더위’가 이어진 뒤 폭우가 쏟아지면서 복합쇼핑몰 방문객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1∼17일 롯데백화점을 찾은 고객은 지난해 동기보다 약 10% 증가했다. 신세계백화점과 현대백화점 방문객은 같은 기간 각각 14%, 13% 늘었고, 이에 매출도 11.1%, 10.7% 올랐다.

업계 관계자는 “무더운 날씨에 가족 단위 방문객이 늘어났다”며 “식품관을 찾거나 레저 등 제품을 소비하는 경향이 높았다”고 설명했다. 맑은 날씨에 갑자기 장대비가 쏟아지는 등 우기성 폭우가 기승을 부려 날씨를 예측하기 힘들어지자 실내에서 놀 거리를 찾는 고객들이 늘어났다고 한다.
◆백화점에서 식사·여가 한 번에
가족 단위 방문객이 늘면서 매장에 오래 머물며 식사와 여가를 함께 해결하는 체류형 소비도 증가했다. 롯데백화점 F&B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10% 늘었고, 신세계백화점은 15.8%, 현대백화점은 12.4% 증가했다.

냉감 제품 판매량도 두드러졌다. 지난달 신세계백화점 냉감 소재 제품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45.3% 증가했다. 여성 의류(40.2%)와 남성 의류(35.8%)를 비롯한 냉감 티셔츠, 기능성 팬츠 등 쿨웨어 수요가 높았다. 쿨매트·냉감 이불·베개 등 수면 제품도 인기를 끌었다.
GS샵은 1∼6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진행한 ‘쿨링 언더웨어 특가전’ 주문액이 직전주 대비 83% 증가했다고 밝혔다. 폭염과 열대야를 견디기 위해 통기성이 좋거나 냉감 기능이 들어간 속옷 등 수요가 급증했다. 5월12일부터 6월15일까지 약 5주간 TV홈쇼핑 여름 침구 매출은 전년보다 10배 늘었다.
백화점 업계는 고객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체험형 이벤트를 확대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더현대 서울 실내정원에 하와이 마우이섬을 콘셉트로 한 이색 공간을 마련했다. 7.5m 높이의 야자수 10여그루를 배치하고 하와이풍 상점들을 준비해 실내에서 휴양지 분위기를 느낄 수 있게 했다. 롯데백화점은 F&B 구매 고객 대상 경품 행사를 열고 ‘서머 와인 페스타’에선 여러 와인을 특가에 제공한다. 신세계백화점도 서핑 브랜드 편집숍 팝업 스토어 등을 연다.
폭염에 더위를 피하려고 백화점이나 쇼핑몰로 향하기도 하지만, 오히려 야외활동에 나서는 소비자들도 많았다. 티맵모빌리티가 1∼14일까지 주행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문화·레저시설 방문 수요 증가율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골프장 검색량은 22만5000건으로 전년보다 50.9% 증가했고, 특히 야간 라운딩이 가능한 수도권 골프장 검색량이 많았다.

고양종합운동장과 고척스카이돔은 목적지 검색 1, 2위를 차지했다. 의정부종합운동장 등 K팝 콘서트가 열린 종합운동장이 주요 피서지로 꼽힌 것으로 나타났다. 사직야구장과 잠실야구장 등 야구장 방문도 늘었다. 문화생활시설 중에서는 ‘국립현대미술관’이 올해 처음 상위권에 올랐고 ‘예술의전당’과 ‘국립중앙박물관’은 3년 연속 순위를 유지했다.
◆보양식으로 건강 챙긴다
유통업계는 대표 여름 음식인 보양식을 잇달아 선보였다. 요식업 솔루션 전문기업 와드가 운영하는 캐치테이블에 따르면 1∼15일 삼계탕 검색량이 전월 동기 대비 176% 증가했고, 장어는 37%, 북경오리는 23% 늘었다. 삼계탕이나 장어 등 전통적인 복날 음식 외에 닭갈비와 치킨 등 선호 메뉴가 다양해지는 추세다. 캐치테이블 관계자는 “최근에는 치킨처럼 색다른 보양 메뉴가 떠오르고 있다”며 “평일에는 친구나 직장 동료들과 삼계탕을 먹고, 휴일에는 장어구이 같은 맛집을 가족, 지인과 함께 방문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전했다.
쿠팡은 복날을 맞아 다음 달 10일까지 ‘이열치열 복날음식 세일’ 기획전을 열고 간편 보양식 등을 최대 50% 할인한다. 더미식·양반·교동식품 등 주요 브랜드 상품을 소개하는 ‘브랜드존’도 운영한다. 초복(7월20일)과 중복(7월30일), 말복(8월9일)을 겨냥해 세 차례에 걸쳐 차례로 행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편의점 업계는 1인 가구를 겨냥해 닭과 장어 간편식을 내놨다. GS25는 닭 다리 두 개가 들어간 ‘닭다리누룽지삼계탕’과 ‘한마리민물장어덮밥’을, CU는 민물장어 한 마리가 올라간 ‘통 민물장어 정식’과 ‘훈제오리 정식’을 출시했다. 이마트24는 최현석 셰프와 손잡고 ‘민물장어&훈제오리덮밥’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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