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브랜드에 특화 혜택… 충성도 높아
마케팅 비용 등 공동 부담 수익성 유리
브랜드 인지도 따라 홍보 효과도 기대
고객 데이터 확보도 카드사엔 긍정적
스벅·배민, 현대카드와 계약 만료 앞둬
삼성·신한으로 파트너사 새롭게 변경
카드업계 점유율 경쟁서 변수로 작용
중소형 카드사와 ‘부익부 빈익빈’ 심화
지금까지 현대카드와 상업자표시전용카드(PLCC) 사업에 나섰던 스타벅스와 배달의민족이 삼성카드, 신한카드와 각각 손잡았다. 그간 1위 자리를 두고 치열한 접전을 벌여온 신한카드와 삼성카드의 경쟁이 PLCC 시장에서 보다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스벅’·‘신한-배민’ PLCC 동맹 나선다
20일 여신금융업계에 따르면 현대카드의 대표적인 제휴사였던 스타벅스와 배달의민족이 각각 삼성카드와 신한카드로 파트너사를 새롭게 변경하면서 PLCC 시장 내 경쟁 구도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삼성카드는 스타벅스와 PLCC 파트너사 제휴를 긍정적 방향으로 검토 중이다. 현재 PLCC 제휴 관계인 스타벅스와 현대카드의 계약은 오는 10월 만료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배달의민족 역시 현대카드와 PLCC 제휴 계약 종료를 앞두고 신한카드를 새로운 제휴사로 결정했다. 신한카드는 배달의민족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8월 중 제휴 카드를 선보일 계획이다.
PLCC는 특정 브랜드에 특화된 혜택을 제공하는 신용카드로 일반적인 제휴 카드와 달리 비용과 수익을 공동으로 부담하는 특징을 가진다.
그간 PLCC의 강자는 현대카드였다. 스타벅스는 현대카드와 2020년 6월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하고 같은 해 10월 국내 최초로 ‘스타벅스 별’ 적립 혜택을 담은 ‘스타벅스 현대카드’를 선보였다.
배달의민족 역시 2020년 7월 현대카드와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하고 이후 11월 국내 최초 배달 애플리케이션 제휴 카드인 ‘배민현대카드’를 출시했다. 특히 2020년 출시된 배달의민족 PLCC는 8개월 만에 발급 10만장을 넘어서는 등 큰 호응을 얻은 바 있다.
카드사들에게 PLCC는 인기 브랜드와의 독점 제휴를 통해 해당 브랜드의 충성 고객을 카드사의 고객으로 유입시킬 수 있는 방안이다. 일반 신용카드와 달리 특정 브랜드에 특화된 혜택을 담고 있는 만큼 해당 브랜드에 충성도가 높은 고객은 카드를 지속해서 사용하게 된다. 제휴 브랜드가 신규 고객 모집 창구의 역할도 하게 된다. 여기에 PLCC는 마케팅 비용을 카드사와 제휴사가 함께 부담하는 구조여서 수익성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카드사 입장에서는 마케팅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데다, 해당 브랜드 인지도에 따라 홍보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고객 데이터를 다양하게 확보할 수 있다는 점도 카드사에는 긍정적인 요인이다. 고객의 구매 패턴, 선호 카테고리, 결제 빈도 등의 정보를 보다 정확히 파악할 수 있고, 이를 기반으로 맞춤형 마케팅 전략도 활용할 수 있다.
이에 카드사들은 앞다퉈 PLCC 확장에 힘을 쏟고 있다. 신한카드는 이달 들어서만 ‘카카오뱅크 줍줍 신한카드’와 ‘GS ALL 신한카드’, ‘넥센타이어 신한카드’ 등 3종의 PLCC를 출시했다. 하나카드는 새마을금고와 손잡고 간편결제 특화 ‘MG+S 하나카드’를 선보였다.
◆업계 1위 경쟁 치열… ‘부익부 빈익빈’ 심화
현대카드는 주요 업체들과의 제휴 종료로 PLCC 라인업이 약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현대카드는 스타벅스와 배달의민족뿐 아니라 대한항공, 무신사, 네이버와도 계약 만료를 앞두고 있다. 현대카드는 기존에 현대카드를 이끌던 김덕환 대표 대신 PLCC 관련 전문가로 알려진 조창현 신임 대표를 최근 선임했다. PLCC 관련 사업에 다시 집중하겠다는 의지다.
특히 배달의민족과 스타벅스의 파트너사로 낙점된 신한카드와 삼성카드의 경우 개인 신용판매 점유율 1위 자리를 두고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어 PLCC 제휴사 확보가 점유율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는 데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신한카드의 개인 신용판매 이용실적 기준 점유율은 18.5%, 삼성카드는 18.04%로 격차가 1%포인트가 채 되지 않는다. 신한카드의 신용판매액은 67조6041억원으로 삼성카드(65조2669억원)보다 3.6% 높고, 지난 1분기 기준 순이익은 신한카드가 1369억원으로 삼성카드(1844억원)보다 25.8% 낮았다.
본래 업계 1위는 신한카드가 10년 동안 수성하고 있었지만 삼성카드가 지난해 말부터 판도를 뒤집었고 현재 1·2위 다툼이 치열한 상황이다.
다만 특정 제휴처에 대한 과도한 혜택과 카드사가 마케팅 비용을 부담하는 경우가 많아 PLCC가 카드사의 손익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평가도 있다. 카드사 가맹점 수수료보다도 낮은 이익을 얻는 구조로 계약이 이뤄지는데, 포인트 적립과 마케팅 비용까지 카드사가 부담해야 해서 손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일부 카드사의 경우 PLCC 카드 관련 포인트 등의 혜택 관련 비용을 모두 부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카드업계의 ‘부익부 빈익빈’이 심화할 가능성도 크다. 현재 가맹점 수수료 인하와 같은 외부 환경 변화에도 대형 카드사는 PLCC 등을 통해 충성 고객 이탈을 막을 수 있지만, 인기 있는 브랜드와 제휴하지 못한 중소형 카드사는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금융위원회는 ‘영끌족’이 주택담보대출과 은행 신용대출에 카드론을 더해 주택 매매에 활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 카드론을 신용대출에 포함해 규제에 나섰고, 업계에서는 카드론 잔액이 30%가량 줄어들어 실적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PLCC 카드 제휴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카드사들이 이익을 보기는 어려운 구조가 많다”면서도 “충성 고객을 중심으로 발급과 이용이 늘면서 신용판매액 증가에 일정 부분 도움이 되기 때문에 향후 PLCC 열풍에 탑승한 카드사와 그렇지 못한 카드사 간 격차는 벌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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